부동산 신탁방식을 통한 아파트 건설사업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자금을 댄 은행 등 금융사들이 대출자금을 아파트 분양 단계부터 빼내가는 불법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이에따라 해당 단지가 초기분양에서 미분양이 생길 경우 시공비 부족으로 사업 자체가 힘들어지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신탁형 주택사업'은 분양대금 등 총체적 사업자금을 투명하고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부동산신탁사가 해당 사업비에 대한 보증을 서고,시행사(사업주체)를 대신해서 사업 전반을 진행시킨 뒤 아파트 개발 완료 이후 시공사 금융기관 등에 적정한 수익을 붙여 투자금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해당 사업지에 땅값과 시공비를 빌려주면서 '칼자루'를 쥐게 된 금융회사들이 신속한 원금회수를 위해,PF자금에 대해 보증을 선 부동산신탁사들에 '대출금 선지급'을 요구하는 '위법 약정서 체결'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자본시장법에는 '부동산신탁사 등 금융투자회사가 투자자가 입을 손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전해 주는 것을 사전에 약속하거나 사후에 보전해 주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5월 인천 청라지구에서 1000세대가량의 아파트 분양에 나선 중견건설업체 A사는 금융권으로부터 토지대금 등으로 사용될 자금을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빌려오면서 부동산신탁사와 사업신탁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은행컨소시엄은 부동산신탁사에 투자금을 분양단계에서부터 미리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약정서 체결을 요구했고,건설사는 어쩔 수 없이 약정을 맺었다. 이 같은 불법 선지급 약정 배경에는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분양에 나서야 하는 건설사와 시행사들의 불안심리가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부동산신탁사의 과당경쟁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탁사 관계자들은 "신탁수주 경쟁이 가열되다보니 은행권의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불법 대출 관행이 성행하게 되면 결국 개발사업의 안정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돼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