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방 한 개당 2000만원 (수도권)에 해당하는 임차보증금을 대출한도액에서 제외한 금액까지만 빌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은 지금까지 최우선 변제권을 갖고 있는 세입자 임차보증금에 대해서는 보증보험(모기지신용보험)을 활용해 대출한도액까지 모두 빌려줬으나 신한 농협 등 일부은행들이 앞으로 이 같은 대출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3일부터,농협은 4일부터 모기지신용보험 연계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려는 정부 정책에 맞춰 대출한도를 사실상 축소한 것이다.

원래 은행들은 대출받은 사람의 집이 경매로 넘어갈 때 세입자에게 최우선으로 돌려줘야 하는 임차보증금(방 1칸당 지역별로 1400만~2000만원)을 제외한 금액을 주택담보대출로 빌려주게 돼 있다. 예컨대 수도권의 2억원짜리 방 세 개 아파트의 담보인정비율(LTV)이 50%인 경우 대출한도액은 1억원이고 방 세칸에 해당하는 6000만원의 임차보증금을 제외한 4000만원만 빌려주는 식이다.

은행들은 이 경우 대출액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모기지신용보험을 활용해 대출한도액(1억원)을 모두 빌려줘왔다. 임차보증금을 최우선 변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모기지신용보험을 발급한 서울보증보험이 대신 지급하기 때문에 은행들은 손실 발생 위험을 없앨 수 있다. 대신 은행들은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모기지신용보험 발급수수료(보증금의 0.4%)를 은행이 부담해왔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은행에 주택담보대출을 줄이라고 직 · 간접적인 압력을 가해옴에 따라 은행들이 우선 모기지신용보험 연계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키로 했다. 이에 따라 고객들은 담보인정비율 이외에도 임차보증금(방 개수×1400만~2000만원)을 감안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신한은행과 농협이 이번에 신규 대출을 중단함에 따라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 7월 신한은행이 새로 내준 주택담보대출 4500억~5000억원 중 약 30%인 1500억원이 모기지신용보험과 연계해서 나간 대출"이라며 "그만큼 고객들의 수요가 많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모기지신용보험을 이용해 담보대출한도를 꽉 채워 받는 경우의 상당수는 경락자금 대출"이라며 "상당한 투기억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 여신정책부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는 속도를 조절하는 차원에서 판매를 중단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기지신용보험 연계 주택담보대출이 중단될 경우 그 피해는 서민들이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고가주택의 경우 방 한 개당 최대 2000만원씩 빼더라도 대출금액이 줄어드는 비율이 그리 크지 않은 반면 저가주택의 경우 그 부담이 훨씬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할수록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으로 떠밀려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