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기 분당신도시에서 아파트를 처분했던 중견 시행업체 임모 사장은 "집값이 올랐다고 해서 아파트를 내놓고보니 막상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연말 저점과 크게 차이가 없는 수준에서 팔게 됐다"며 "올 들어 집값이 수억원씩 뛰었다고 하는데 우리 아파트는 왜 그런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임 사장이 매도한 아파트는 야탑동 진흥더블파크 105㎡형으로 호가는 6억원까지 올랐지만 실제 거래금액은 5억1000만원에 불과했다. 호가만 놓고 보면 집값 수준은 2007년 하반기의 최고점에 이르렀지만 매수세가 붙지 않아 실거래가는 여전히 연초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아파트값이 급등했다며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규제했을 만큼 주택시장이 들썩거렸지만 대부분의 집주인들은 집값 상승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남들따라 호가를 높이기는 했는데 그 가격에 사주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섣불리 집값을 올렸다가 거래도 못하는 사례까지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 같은 괴리현상은 왜 발생할까? 서울 강남권 등 일부지역에서 집값이 올랐을 뿐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큰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12일 정부공인 통계를 내고 있는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전체 아파트값 6월 현재 가격지수는 99.7로 조사됐다. 기준 시점(100)인 지난해 12월과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호가가 떨어진 곳도 있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 벽산타운 5단지의 106㎡형의 현재 매매시세는 3억3000만~3억4000만원으로 지난달보다 500만~1000만원 떨어졌다.

금천구는 작년 말 대비 6월 현재 아파트값이 1% 하락했다. 기준 시점을 작년 말로 잡으면 최근 서울 동북권 르네상스 영향으로 집값이 오르고 있는 노원구와 도봉구도 각각 2.2% 떨어졌다. 구로구가 1.7% 빠졌고 성북구 하락율은 1.6%다.

그런데도 주택시장의 '블루칩' 장세 영향으로 인해 집값은 크게 출렁이는 것처럼 보인다. 인기지역 대단지 아파트 위주로만 들썩거렸다는 얘기다. 국토연구원 송경환 박사는 "금리가 많이 떨어지고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유동자금이 늘어났는데 유동성 장세의 특징은 투자목적이 강하다는 것"이라며 "심지어 '버블세븐' 지역에서도 투자세력의 외면을 받으면 집값 상승에 탄력이 붙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목적을 따지면 주택시장 저변까지 매수세가 퍼지지 않고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아파트만 거래가 이뤄지고 가격이 오른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민은행이 시가총액 상위 50위 아파트를 대상으로 집값을 지수화한 선도아파트 50지수를 보면 작년 말(100)보다 4.6%포인트 오른 104.6으로 나타났다. 전체 평균보다 상승률이 훨씬 높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뱅크의 집계결과 선도아파트 50지수에 포함된 송파구 가락시영1차의 시가총액은 1월 1조6777억원에서 이달 현재 2조1320억원으로 27%나 올랐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역시 같은 기간 시가총액이 4조2556억원에서 5조2493억원으로 23%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집값 회복 속도 차이가 지역별로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인기 지역 이외 집주인들이 기대감과 현실 속에서 괴리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