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중국 상하이에서 신축 중이던 13층짜리 아파트가 무너지는 것과 같은 일은 조금만 방심할 경우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 "세계 각국이 초고층 빌딩 짓기 경쟁에 나서고 있고 대형화되는 추세인 만큼 한국도 구조안전 실명제를 도입하는 등 구조안전을 향상시키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때입니다. "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가 29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한 제1회 구조안전의 날 기념 세미나에 참가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구조안전 실명제' 도입을 권고했다. 한국의 각종 건축물이 부실시공과 지진 등 구조적 위험 요인으로부터 좀더 안전해지려면 선진국들처럼 건축구조기술사들이 설계 · 감리과정에 구체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안전의 날'은 건축물이 갈수록 고층화 · 대형화되면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구조적 안전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가기 위해 관련 전문가그룹인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가 제정, 올해 처음 행사가 열렸다.

한국경제신문과 한국경제TV가 이번 행사에 주관으로 참여했고,국토해양부와 대한건축학회도 후원에 나섰다.

특히 올해는 최근 건설시장의 핵심 트렌드인 초고층 · 저탄소 녹색건축 등의 키워드를 담은 '톨 앤드 그린(TALL&GREEN)'을 슬로건으로 정하고,관련 세미나와 토론회가 열렸다.

세미나에서는 △녹색성장을 위한 초고층 건물의 새로운 발전방향(김상대 고려대 교수) △디자인과 문화의 융합을 통한 초고층 건물의 구조안전성 향상방안(아흐마드 압델라작 삼성건설 전무) △쓰촨성 지진 이후 중국 구조안전제도의 변화(양왕 중국 건축과학연구원 지진연구소장)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위한 구조안전 관련 주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주제발표 이후 토론자로 나선 정란 대한건축학회 교수는 "최근 서울의 잠실 · 상암동,인천 송도신도시 등지에서 100층 이상의 슈퍼 초고층 빌딩 건축사업이 잇따라 발표되고,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건설계획이 추진되고 있다"면서 "대형 건물의 안전을 확실히 담보하려면 구조기술자들이 실명으로 시공 · 설계에 참여해 끝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광량 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국내 건축법에서는 구조안전기술사들이 건설과정에서 책임지고 개입하는 단계가 전혀 없고,디자인을 하는 건축사들에게 조언이나 하청형태로 구조안전 내용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선진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등 엄청난 건설재난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사후 대책 마련조차 부실하게 끝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100년은 거뜬히 견뎌야 할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이 국내에서는 20~30년도 되지 않아 재건축해야 하는 낭비관행이 지속되는 것도 결국 이 같은 구조적 안전관리가 후진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