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주택담보대출 무한경쟁 '제동'
지난주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잔금 대출을 놓고 은행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이 모두 뛰어들면서 대출 금리가 만기 3년 미만은 양도성예금증서(CD)+2.3%포인트,3년 초과는 CD+2.5%포인트 수준까지 내려갔다. 지난 5월까지 CD+3%포인트 선에서 꿈쩍도 않던 집단대출 금리가 은행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급락한 것이다. 금리 외에 입주자를 대상으로 예금금리 우대,환전 수수료 우대 등도 제공됐다.

금융당국이 총부채상환비율(DTI) 담보인정비율(LTV) 규제 확대까지 검토하고 나선 것은 최근 은행들이 이처럼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800조원이 넘는 자금이 시중을 떠돌고 있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까지 급증하면서 일부 지역의 집값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경우 나갔던 대출이 급격히 부실화돼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높다.


◆금리 경쟁까지…매월 3조원씩 늘어

2006년 집값이 급등할 때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는 26조원대였다. 월평균 2조2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올 들어 주택담보대출은 이 규모를 넘어선 지 오래다. 1월에 2조2000억원(MBS · 모기지유동화증권 발행액 포함) 늘어난 데 이어 2월부터 4월까지 매달 3조3000억원씩 증가했다. 5월에는 2조9000억원대로 줄었지만 이달엔 지난 14일까지 1조5000억원 증가해 다시 3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6월부터 중소기업대출 목표액이 줄어들면서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쪽에 영업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이 같은 추세로 매월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할 경우 올해 순증액이 3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다만 5월까지 주택담보대출은 15조원 늘었지만 가계대출은 오히려 7조원 줄었다. 주택담보대출의 절반 정도는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기보다 생계자금 등으로 쓰였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사진)은 "그동안 주택담보대출의 성격을 들여다 보면 절반 정도는 생계자금 대출이었지만 지난달부터는 주택 구입 목적의 대출이 다소 늘어나고 있다"며 "주택가격과 주택담보대출 사이의 상관관계가 높기 때문에 미리미리 챙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모니터링 강화…LTV,DTI 강화도 검토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현재 단계별 대응 방안을 점검하고 있다. 김 원장은 "현재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모니터링하는 단계이고 대출 용도를 잘 살펴보고 있다"며 "문제가 있으면 대응 조치를 내놓겠다"고 설명했다. 또 주택담보대출 과당 경쟁 등이 발생할 경우 은행별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을 일일 점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LTV,DTI 등을 강화해 주택담보대출을 잡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금융위는 현행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와 서울 강남 3구(강남 · 서초 · 송파)에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LTV,DTI 제도를 비투기지역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오는 25일 보고될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의 금융 부문 개별 과제로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LTV와 DTI를 부동산 규제로 접근하기보다는 금융회사의 건전성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DTI 규제 전국 확대 방안을 중장기 과제의 하나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투기지역이 대거 해제되면서 수도권의 경우에도 LTV가 60%로 완화됐으며 DTI의 경우 투기지역으로 남아 있는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하면 적용되고 있지 않다. LTV와 DTI의 경우 금감원의 감독규정에 의해 바꿀 수 있다. 현재로선 LTV를 50%로 강화하는 방안,DTI의 경우 은행 건전성 지표로 삼아 투기지역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운용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기가 회복되면 과잉 유동성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지금부터라도 주택담보대출 규제 개편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DTI 규제의 전국 확대는 경기 회복 여부 등을 주시하며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석/유승호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