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똑똑해지고 있다. 주차 공간을 알아서 척척 찾아주고,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내집 앞에 자동으로 멈추는 등 그야말로 영화나 CF에서나 볼 수 있는 상상 속의 장면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아파트에 최첨단 정보기술(IT)이 접목되면서 입주민들의 생활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주거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건설업체들이 분양 마케팅의 도구로 IT 를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07년 8월 입주한 인천 부평구 삼산동의 엠코타운.현대차그룹 건설회사인 엠코의 첫 작품인 이곳에는 벤처기업 비전라이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주차시스템인 시큐 파킹(Secu-parking)'이 설치됐다. 이 시스템은 아파트 입주민 차가 지하 주차장에 들어서면 자동으로 차단기가 열리며 대형 LED화면을 통해 어디에 주차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운전자는 초록색 유도등을 따라가면 주차 공간을 찾아 헤매지 않고 빈 자리에 쉽게 주차할 수 있다. 주차를 하고나면 휴대폰에 '주차 위치는 지하 2층 ?C?C입니다'라는 문자 메시지가 뜬다.

주차 위치를 기억하지 못할 경우 집 안에서 '내차 찾기' 기능으로 주차된 차량의 위치를 실내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하 주차장에는 540여대의 CCTV가 설치돼 사각지대가 없고 화질도 기존 아파트 CCTV 보다 4배가량 높아 범죄 예방 효과가 크다.

내년 10월 입주 예정인 울산 신천동 엠코타운 아파트에는 시큐 파킹은 물론 아이들을 배려해 최대 90㎝까지 오르내리는 무소음 높낮이조절 세면대가 설치된다. 최대 10㎏의 음식물 쓰레기를 한꺼번에 원터치로 분쇄 · 건조할 수 있는 음식물 처리기도 시공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오는 10월 입주를 시작하는 파주 힐스테이트1차에 '차량용 원격관리 중계시스템'을 설치한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지하주차장에 주차해 둔 차량의 시동을 집 안에서 켤 수 있는 시스템이다. 더운 여름에는 에어컨을 미리 틀어 차안을 시원하게 하고,추운 겨울날 히터로 차안을 따뜻하게 할 수 있게 된다. 또 내년에 입주하는 북한산 · 용인 성복 힐스테이트 등에는 스마트키를 지닌 채 도어록에 손을 갖다대면 현관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장치가 설치된다.

삼성건설의 래미안신당2차는 전기 · 가스 등 에너지 사용량과 탄소배출량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그린아파트다. 주민들은 2011년 10월에 입주하면 전기 · 물의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배출되는 탄소량도 알 수 있다. 입주민 스스로 탄소량 배출을 줄이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2007년 7월에 집들이를 한 대구시 달서구 래미안아파트는 땅속에 있는 지중열을 이용해 단지 내 온수와 냉난방을 공급한다. 연간 400만원의 관리비와 17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이스마트키 시스템 개발을 마치고 앞으로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에 설치하기로 했다. 주머니나 핸드백에 키가 들어있으면 꺼내지 않아도 1층 출입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시스템이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살고 있는 층에 자동으로 멈춘다.

전종갑 현대건설 부장은 "아파트는 유비쿼터스 기반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며 "범죄예방 · 그린IT · 홈네트워크의 모바일화 등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