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계약서.미등기 전매 유행 조짐

웃돈 3억-4억원 붙자 양도세 줄일 목적

판교신도시 아파트의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불법, 편법 매매거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입주가 시작된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매제한이 풀리고 거래가 가능해지자 양도소득세를 덜 내려고 다운계약서 작성을 요구하거나 미등기 전매를 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달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 판교신도시 휴먼시아 현대 힐스테이트의 경우 로열층 분양가에 3억-4억원의 웃돈이 붙으면서 일부 매도자들이 다운계약서를 요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아파트 126㎡의 경우 분양가가 6억1천만원(채권손실액 포함)에서 현재 3억-4억원의 웃돈이 형성되며 9억-9억5천만원선, 143㎡는 11억-12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현지의 P부동산 관계자는 "웃돈이 많이 붙다보니 양도세 절감을 위해 다운계약서 작성을 매매 조건으로 내건 매도자들이 더러 있다"며 "이 경우 거래가에서 1억-2억원 정도는 낮춰 써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소는 합법적으로 거래가 가능한 중소형 아파트도 다운계약서를 쓴 사람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입주가 임박한 중대형 아파트 가운데는 등기를 하지 않은 채 거래하는 미등기 전매도 이뤄지고 있다.

판교 신도시내 중개업소에서는 오는 7월 입주하는 '휴먼시아 어울림'과 10월 입주하는 '휴먼시아 푸르지오' 중대형 아파트의 미등기 전매를 부추기고 있다.

거래 방식은 매도 계약을 맺은 뒤 매수자가 중도금과 잔금 일부를 납부하고, 오는 11월에 전매가 가능해지면 분양권 상태에서 나머지 잔금을 주고 소유권을 넘겨받는 식이다.

판교 중대형은 2006년 11월에 분양 계약이 이뤄져 3년 뒤인 오는 11월이면 등기를 하지 않고도 분양권 상태에서 팔 수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입주 전인 지금 사야 상대적으로 싸게 살 수 있다"며 매수자들의 계약을 권유한다.

미등기 전매는 매도자들도 선호한다.

등기를 하지 않고 분양권 상태로 11월에 팔면 입주 기한이 지나 연체료를 내야 하지만 양도세를 줄일 수 있고, 취득.등록세도 내지 않아 등기후에 파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

실제 아파트를 분양권 상태로 팔면 보유기간이 당첨자 발표일로부터 2년이 적용돼 양도차익에 따라 6-35%가 부과되지만, 등기후 곧바로 팔면 1년 이내 단기 매매로 간주돼 양도세율이 50%로 중과된다.

양도차익이 1억원인 경우 등기 직후 주택으로 팔면 양도세를 4천500만원 내야 하지만 분양권으로 매도하면 이보다 1천800만원도 안돼 2천700만원이 이득인 셈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양도세 중과보다 수백만원의 연체료를 내는 게 낫다보니 벌써부터 잔금 납부와 등기를 미루려는 계약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운계약서나 미등기 전매는 모두 불법이어서 매도, 매수자 모두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미등기 전매가 적발될 경우 등록세(분양가의 1%)의 5배까지 과태료를 내야 하고, 다운계약서 역시 양도세 탈세액의 3배가 추징되는 등 처벌이 강하다"며 "불법 거래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