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500만원짜리 집을 원했는데 서울시가 2000만원짜리 초호화 빌라를 준 셈이죠.전용면적 72㎡(22평)짜리 점포의 최고 분양가가 5억7000만원이니 어떻게 입주하겠어요? 입점한다 해도 몇 년간은 상권 형성이 안 돼서 관리비만 축낼 텐데…."

국내 최대 규모 복합쇼핑몰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Garden5 · 동남권 유통단지)'의 제4차 특별 분양 1순위 마감날인 지난 4일.청계천 2가 공구상가 채모 사장은 입주 신청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차라리 현금 보상을 받는 게 낫지 가든파이브로 들어갈 생각은 없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2003년 청계천 개발에 따른 이주 상인들을 위해 서울시가 개발한 '가든파이브'가 개장을 앞두고 몸살을 앓고 있다. 특별 분양 대상자들인 청계천 이주 상인들과 분양가를 두고 분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입주도 하기 전에 '유령 상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코엑스몰의 16배 규모로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가든파이브는 작년 말 이미 준공을 마쳤다. 하지만 청계천 이주 상인들이 입주를 거부하면서 개장이 세 차례나 연기됐다. 당초 올 4월 개장 예정이었지만 이주 상인 입주율이 20%에 불과해 7월로 연기했다가 또다시 9월로 미뤄진 상태다.

대형 건물 3개 동에 8360개 점포로 구성됐다. 이 중 70%는 채워져야 정상적으로 개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특별 분양에서도 신청률이 30%를 넘기가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무려 2조원이란 천문학적 세금이 쏟아부어진 가든파이브가 개장도 하기 전에 애물단지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상인들의 입점 거부 이유는 간단하다. 분양가가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것이다. SH공사는 전용면적 72㎡(22평)짜리 점포를 6000만~5억7000만원에 사라고 한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600만원 선이지만 실제 사용 평수는 23㎡(7평)에 불과해 이 가격이면 차라리 상권이 안정된 다른 곳으로 가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작년 10월 계약한 한 상인은 "1억원 내외로 예상했던 분양가가 현재 최대 5억7000만원까지 치솟았으니 영세 상인인 이주자들이 어떻게 입주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답답하기는 SH공사도 마찬가지다. SH공사는 당초 4월 개장 예정으로 은행 대출 등을 준비해 온 700여명의 기존 계약자들에게 개장 때까지 연 4%를 초과하는 대출 이자를 꼬박꼬박 물어 주고 있다. 어림잡아 하루 2억원 정도다. 박병옥 동남권유통단장은 "이번 이주 상인 특별 공급이 끝나는 8월 말에는 잔량 점포에 대해 곧바로 일반 분양에 나설 것"이라며 "2003년 당시 청계천 입주권자까지 포함,원래 이주 신청을 하지 않은 상인들에게까지도 기회를 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계천 이주민 상가인 가든파이브가 실패하면 서울시가 현재 추진 중인 '세운 재정비 촉진사업'도 차질이 우려된다. 세운 재정비촉진지구의 2단계 구간에 해당하는 청계천변 세운2 · 3 · 5 구역은 이주 상인들 동의 없이는 추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