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급등하던 서울 강남 집값이 주춤거리고 있다.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에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 및 투기지역 해제 등 마지막 남은 강남권 핵심 규제가 무산된 탓이 크다.

이에 따라 강남을 비롯한 주요 지역 집값 향방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약간씩 의견 차이는 있지만 크게 보면 한목소리를 낸다. 요약하면 '강남 집값은 당분간 조정이 불가피하고 청라지구와 광교신도시 등 유망 신규 분양 시장에는 수요자들이 몰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핵심 규제완화 무산 이후 강남 집값은

강남 집값은 당분간 하락세나 약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규제완화,경기회복 기대감 등이 집값을 밀어올렸지만 약발이 다해 추가 상승 동력이 없다는 게 이유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금리인하나 규제완화 기대감이 강남 집값에 실제 이상으로 많이 반영됐기 때문에 앞으로 조정을 받을 것"이라며 "금리는 더 떨어지기 힘들고 가계소득은 줄고 있어 경기회복 없이 강남을 비롯한 '버블세븐(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용인 평촌)' 집값이 추가 상승하기는 힘들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대상에서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가 제외되고 소형 평형 의무 비율 등 재건축 규제도 남아 있어 강남 재건축 단지도 더 오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김현아 연구위원은 "부동산 투자자들은 하반기에 경기가 'V'자로 회복될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게 안될 것"이라며 "외환위기 때보다 미분양 주택이 많고 은행권의 대출 부실 문제도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 가을께 다시 한번 충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부동산대학원 교수(레피드부동산연구소 대표)는 "올 들어 강남 집값이 뛴 것은 경기 회복에 대한 착시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 1분기에 무역흑자가 난 것은 고환율과 수입 감소 덕분인데 마치 경제가 살아나는 걸로 착각했다는 것.권 교수는 "금융위기가 아직 진행 중이고 국내 구조조정도 끝나지 않았다"며 "하반기 집값은 보합세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광일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 부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이 고점인 2006년 말의 95% 수준까지 회복됐기 때문에 단기 급등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당분간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며 "다만 강남 재건축단지와 '버블세븐' 집값은 작년 말을 기점으로 바닥을 확인한 상태"라고 말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도 "단기 급등에 따른 후유증과 규제 완화 무산에 따른 실망 매물로 약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저금리 덕분에 작년 12월처럼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창석 나비에셋 사장은 "은행들이 상반기 결산기인 6월 말까지는 대출을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어 부동산시장도 움직이기 힘들다"며 "5,6월 강남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다시 나왔다가 7,8월께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는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한 급매물이 나왔지만 저금리 덕분에 5,6월에는 5~10% 빠진 매물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망 단지는 청약 과열 우려

인천 청라지구와 수원 광교신도시 등 이달부터 본격화될 아파트 청약시장에는 햇살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입지와 분양가에 따라 차별화가 심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권대중 교수는 5년간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청라지구와 광교신도시를 유망하게 봤다. 그는 "양도세 감면 혜택은 1980년대 후반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분양 때와 외환위기 직후,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라며 "10년 주기로 주어지는 세금 감면 혜택을 경험한 사람들이 신규 분양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원갑 소장은 "5년간 양도세 감면은 큰 혜택이기 때문에 신규분양 시장에 청약 열풍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선덕 소장도 "신규 분양단지의 분양가가 저렴하게 나오고 있어 청약 과열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곽창석 사장은 "입지 등을 따져볼 때 청라지구와 광교신도시는 비교적 괜찮은 반면 김포한강신도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청약자들이 입지가 뛰어나면서도 분양가가 싼 곳에만 몰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북엔 봄바람 약할 듯

전문가들은 서울 강북 및 경기 북부 집값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강남 집값이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강북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시각도 일부 있지만 작년과 같은 급등세가 아닌 완만한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선덕 소장은 "경기침체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계층이 중산 서민층이기 때문에 강북과 경기 북부 집값이 쉽게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바람이 불더라도 서서히 완만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광일 부장은 "동두천 의정부 포천 등 경기 북부는 지난해 각종 개발 호재와 서울 강북 집값 급등 여파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 만큼 올해는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소장은 "강남 집값 약세로 강북이 반사이익을 얻어 집값이 급등하기는 어렵다"며 "강북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