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30일 "국세징수법상 공매절차에서 낙찰자가 기한 내에 잔금을 내지 못할 경우 계약보증금을 국고에만 귀속토록 한 조항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서울행정법원이 위헌제청한 사건에 대해 8 대 1의 찬성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세징수법 78조 2항은 공매 낙찰자가 매수대금을 내지 않아 매각 결정이 취소되면 이미 낸 계약보증금을 국고에 귀속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에서는 매수인이 대금을 내지 않을 경우 매수신청보증금은 재매각 성사 후 우선순위에 따라 집행채권자나 담보권자에게 돌아가고 남는 금액은 매각재산 소유자에게 분배된다.

재판부는 "공매보증금은 위약금의 성질을 지니고 본질적으로 민사집행법상 매수신청보증금과 같음에도 이를 담보권자,매각재산 소유자에게 배당하지 않고 국고에 귀속시키는 것은 공매절차에서의 체납자나 담보권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이날부터 관련 조항이 개정될 때까지 보증금의 용도를 일시 보관금으로 변경토록 했다. 올해 말까지 해당 조항이 개정되지 않으면 내년 1월1일부터 조항의 효력이 상실된다.

앞서 D은행은 1996년 모 건설사에 대출해주면서 이모씨 소유 임야 6만1000여㎡에 대해 채권액 390억원으로 1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이후 이씨가 종합토지세 등 2억6000여만원을 체납하자 관할구청은 땅을 압류했고,자산관리공사는 2005년 공매를 통해 A사를 낙찰자로 정했다. 하지만 A사가 보증금만 내고 매수대금을 내지 않자 토지는 재공매를 거쳐 B사에 매각됐다. 자산관리공사는 국세징수법에 따라 A사가 낸 보증금 9억2000여만원을 제외한 매각 대금만을 이씨의 채권자인 D은행에 배분하자 D은행은 "보증금도 달라"며 행정소송 및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