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부동산시장] (上) 강남은 일단 '휴화산'… 용인·목동·과천에 '봄바람'
"집값 오름세가 강남을 출발해 '버블 세븐(서울 강남 · 서초 · 송파 · 목동,분당 · 용인 · 평촌)지역과 과천'을 한 바퀴 돌았어요. "

부동산컨설팅업을 10년 이상 해온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현재 부동산시장은 저금리 대출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은행들이 반기 결산을 위해 대출을 까다롭게 하는 6월 말까지 부동산시장은 관망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하반기에는 주택가격이 불안한 양상을 띨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강남 집값은 '신(新)버블론'이 제기될 정도로 재상승했지만 '휴화산' 상태라는 것이다.

반면 서울 강북과 지방의 부동산시장에는 화산 폭발을 알리는 증기가 감지되기는커녕 냉기가 돌고 있다. 오죽하면 노원지역 온라인 카페모임인 '노원사랑방' 회원들이 26일 오후 노원역사거리 교보빌딩 앞에서 "노원주민 열받았다. 강남 · 북 차별정책 즉각 시정하라"며 시위까지 벌였다. 시위는 '노 · 도 · 강(노원 · 도봉 · 강북구)지역의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잠실 제2롯데월드 건축은 허용해 주면서 공릉동 55층 랜드마크 주상복합건물 건축을 불허한 데서 촉발됐다.

집을 가진 사람이나 사려는 사람들이 기대감과 초조감에 휩싸인 가운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실물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동성과 저금리로 꿈틀대는 부동산시장이 금방 식어버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주춤하는 강남 호가
[꿈틀대는 부동산시장] (上) 강남은 일단 '휴화산'… 용인·목동·과천에 '봄바람'

강남 집값은 2006년 최고점 수준에 거의 근접했다. 대표적인 재건축 추진 저층 아파트인 개포동 주공 42㎡의 경우 최고가는 2006년 12월 형성됐던 8억원.이 정점에서 작년 말 8부 능선(81.2%)인 6억5000만원으로 미끄러졌다가 재건축 규제완화 분위기를 타고 현재 9부 능선(91.2%)인 7억3000만원을 회복했다. 현재 가격은 10여일 전 7억6000만원에서 3000만원 빠진 시세다.

1주일여 만에 호가가 빠지고 거래도 주춤하고 있다. 그동안 가파르게 올라 숨고르기를 하는 데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가 강남권(투기지역)은 제외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탓이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잠실5단지 112㎡는 매도 호가가 보름 전보다 1000만~2000만원 낮아진 11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잠실동에 있는 박준 공인중개사(한경 베스트공인)는 "매수자가 없어 호가가 떨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규제를 안 풀자 매수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건축보다 상승폭이 작았던 강남권의 일반 아파트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강남은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강남발 여진'은 분당 목동 용인 등 '버블세븐' 지역과 과천 등지로 이어지고 있다. 과천의 주공2단지 59㎡는 연초 7억원에서 최근 8억4000만원으로 뛰었다. 주공110단지 89㎡의 호가는 연초보다 6000만원 오른 7억9000만원.큰 폭으로 하락한 용인은 동백지구를 중심으로 회복하는 추세다. 판교에도 1억~2억원 정도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지방은 여전히 싸늘

'버블 세븐' 지역과 달리 서울 강북과 지방의 분위기는 딴판이다. 양도세 감면 혜택에 힘입어 수도권의 미분양만 해소되고 있을 뿐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강북은 노원구의 상계주공9단지,보람아파트 등 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올해 처음 오름세를 보였을 뿐 은평 · 성북 · 도봉구 등은 하락세다. 다만 저가 매물이 꾸준히 거래되고 있어 어느 정도 가격 상승이 예상되지만 지난해와 같은 급등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음 달 전국에서 분양되는 1만6393가구에 얼마나 많은 청약자가 몰릴지가 향후 부동산 시장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인천 청라지구처럼 입지가 좋고 분양가격이 저렴한 택지의 신규분양시장에는 청약 열기가 뜨겁다. 청라지구 한라비발디는 최고 11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파주교하신도시에서 분양한 한양수자인은 평균 0.37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지역별 편차가 크다. 지방은 지난달 계룡건설이 대전 학하지구에서 분양한 아파트 외에는 청약률 '제로(0)'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최근 부동산시장에서는 스마트머니(단기 차익을 노리고 빠르게 회전되는 자금)가 집값을 밀어 올린 경향이 있다"며 "향후 집값은 경기회복 여부와 소득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권/성선화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