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에 국내 최고높이인 655m짜리(106층) 랜드마크 타워가 들어선다.

이 빌딩을 중심으로 주변에 20~70층 높이의 30여개 빌딩이 자리잡아 신라 전통 금관왕관 모양의 입체적인 스카이라인이 펼쳐지게 된다.

서울시와 용산역세권개발(주)은 15일 용산국제업무지구 마스터 플랜 국제공모 당선작으로 미국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아키펠라고21'을 선정했다.

리베스킨트는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마스터 플랜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MGM 미라지 시티센터 설계 등을 맡았던 세계적 건축 거장이다. 리베스킨트는 "역사와 전통이 설계의 핵심 요소가 될 때 만이 건축이 살아날 수 있다"면서 "역사의 아픈 기억을 안고 있는 용산이 새로운 서울의 영혼(Soul Of Seoul)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선작은 우리나라의 다도해와 신라 금관의 한국적 아름다움을 21세기 녹색 비전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을 받았다. 우선 용산국제업무지구에는 음과 양의 조화를 나선형으로 힘있게 표현한 랜드마크 타워(665m)를 중심으로 20~70층 높이의 30여개 빌딩들이 들어선다.

랜드마크 빌딩의 높이는 사업 입찰 당시 컨소시엄(삼성물산 · 국민연금)이 제시한 620m(152층)보다 45m 높아졌다. 현재 추진중인 상암 DMC 랜드마크 타워(133층 · 640m)와 잠실 제2롯데월드(112층 · 555m)보다 높다. 다만 친환경 설계와 내부 구조 등으로 인해 층수는 당초 계획보다 낮아졌다.

국제업무지구와 맞닿아 있는 한강에는 크고 작은 인공호수를 만들어 다도해의 풍경을 재현하게 된다. 이를 통해 업무 · 상업 · 주거 · 문화 · 여가 등 5개 시설이 섬처럼 분리되도록 꾸밀 예정이다.

한강변에 대규모 습지와 마리나 시설,보행 및 자전거도로 등을 만들고 한강물을 단지 내로 끌어들여 한강과의 연계성을 최대한 높일 계획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한강예술섬(노들섬) 사이에는 보행자 전용 다리가 놓인다. 도시를 가로지르던 철로에는 1.5km 길이의 선로 데크 공원이 조성된다. 강변북로가 지하로 들어가면 남산에서 용산민족공원을 이어 한강까지 산과 숲과 물을 즐기면서 걸을 수 있는 '자연의 길'이 열리게 된다.

서울시는 용산을 서울의 남북 녹지축(북한산~남산~관악산)을 연결하는 그린 인프라의 교차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여의도와 용산을 잇는 모노레일 건설도 추진되고 있다.

국제업무단지의 시설물들에는 탄소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친환경 기술이 적용된다. 쓰레기를 활용한 바이오가스와 태양열 · 지열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게 된다.

용산역세권개발은 이같은 밑그림을 바탕으로 올해 말까지 시설별 세부 배치계획 등을 반영한 최종 마스터플랜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에 실시설계와 인허가 과정 등을 거쳐 당초 계획대로 2011년 4월 착공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완공 예정일은 2016년 12월이다.

용산역세권개발측은 단지가 완공되면 외국관광객을 포함해 1억4000만명의 유동 인구를 끌어 모으는 것은 물론 36만명의 고용창출과 67조원 규모의 생산 및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 40-1번지 일대 56만6800㎡(약 17만평,연면적 96만평)에 28조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국제업무와 상업(호텔 백화점 쇼핑몰 등),문화,주거 등 복합시설을 건설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다.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4조원,연면적 59만평),영국 런던의 카나리워프(6조원,59만평),독일 베를린의 포츠다머플라츠(3조원,20만평) 등 세계적 복합개발 프로젝트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다만 국내외 금융위기 여파로 토지대금 및 사업자금 조달을 위한 PF(프로젝트 파이낸싱)가 차질을 빚고 있고 개발예정지인 서부 이촌동 주민들이 통합개발에 반발하고 있는 점 등이 변수로 남아있다.

이원익 용산역세권개발 대표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는 만큼 조만간 합의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