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살까?"

최근 재건축 아파트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호시탐탐 매입시점을 엿보던 수요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몇 달 전만 해도 넘쳐나던 급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매매 호가가 하루가 멀다하고 뛰는 통에 더 늦기 전에 재건축 아파트를 사야 하는 것 아닌지 초조하다. 급한 마음에 지금이라도 매수에 나서볼까 유망 재건축단지 인근의 중개업소 문을 두드려보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재건축 가격을 밀어올린 여러 요인과 경제상황을 분석했을 때 앞으로도 몇 차례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재건축 단지의 가격이 갑자기 오른 이유와 계속 오를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지금이라도 재건축 지분을 산다면 고려해야 할 사항을 들어봤다.



◆규제완화와 유동성이 띄운 재건축

최근 재건축 아파트 집값이 급등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규제완화와 유동성을 꼽았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재건축은 정책 민감도가 대단히 높은 상품이다. 관련 규제 완화 정책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기대감이 생긴 데다 낮은 금리로 돈이 풀려 유동성의 힘이 결합해 집값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이춘우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장도 "계속되는 저금리가 시장에 좋은 호재로 작용했다"면서 "정부 규제 완화도 시장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재건축 상승세가 계속될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박 소장은 "규제 완화에 대한 말은 많았지만 정작 재건축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없다"면서 "재건축 부담금도 살아 있고 용적률도 서울시가 기대만큼 풀어주지 않고 있다. 사실상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희선 부동산 114 전무는 "대규모 물량이 한꺼번에 입주하면서 약세를 보였던 재건축 신규 아파트의 가격이 회복된 것도 재건축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린 이유"라며 "이를 통한 가격 상승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폐지 등 규제완화에 금융시장도 좋아지고 있다"면서 "강남 3구의 투기과열지구해제에 대한 기대감도 남아 있어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휩쓸리지 말고 냉정히 수익성 따져야

가격상승에 대한 향후 전망이 다소 비관적인 만큼 전문가들은 투자에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김 전무는 "바람에 휩쓸려 무한정 오를 거라는 기대감으로 투자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며 "단지에 따라 민감한 문제가 걸려 있는 경우도 있다. 사업 수지 개선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게 핵심"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조합원 추첨 전 단계라면 시공사가 선정이 안 됐거나 조합원 간 갈등 등으로 사업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단지들이 많다"면서 "투자하려는 단지의 사업추진단계와 위험요소,투자수익을 계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소장도 "가시적인 호재 없이 유동성만으로 오른 집값은 떨어지기도 쉽다"면서 "재건축은 주택시장이 좋아지면 가장 먼저 오르지만 시장이 나빠질 때도 가장 먼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간 가격이 등락을 반복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입에 나서는 것은 괜찮다는 입장도 있었다. 이 팀장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매입시점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해도 나중에 회복되면 투자 메리트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입지,추가 상승 가능성 고려는 필수

투자에 나선다면 최근 가격이 급등한 강남 반포지역 인근이나 한강변 외에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이 적었던 곳을 노려야 한다. 양 팀장은 "재건축 단지들이 올랐다지만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가격에 큰 변화가 없는 단지들도 있다"며 "예컨대 14억5000만원까지 올랐던 잠실 주공 5단지 112㎡는 지금도 11억원대에 매물이 나온다. 많은 수익은 기대 못 하더라도 좀 더 오를 여지가 남아 있는 물건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입지를 살피는 것도 필수다. 이 팀장은 "상대적으로 대지지분이 넓은 저층 단지를 공략하기 어렵다면 재건축이 됐을 때 부가가치가 올라갈 수 있는 지역을 골라야 한다"며 "앞으로 조망권이 좋고 주변에 녹지가 풍부한 지역의 재건축 단지가 각광 받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재건축 지분을 사서 재건축이 완료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재건축 절차가 완료되고 분양을 앞둔 단지의 조합원분을 매입하는 역발상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김 전무는 "분양을 앞두고 합법적인 조합원 분양권의 거래가 시작되는데 급매물을 잡으면 일반분양보다 싸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