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량작업 분주..관련지자체.주민 '환영'
환경파괴.경제성 논란은 지속될 듯


30일 오전 9시 인천시 계양구 평동의 경인운하 건설 예정 부지.

회색 작업복을 차려입은 D조선해양건설 직원들이 널따란 논 한복판에 노란색과 빨간색 깃발을 꽂으며 측량작업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찬반 논란을 거듭해온 경인운하 건설공사가 지난 25일 첫삽을 뜨면서 굴포천 방수로 공사 구간에서 경기도 김포시 고촌면 한강유역까지 인공수로를 파기 위한 준비가 한창인 것.

현재 진행 중인 측량작업은 앞으로 폭 80m의 운수로가 들어설 자리를 결정하고 해당부지에 파묻혀 있는 수로관이나 전력관 등 각종 지장물의 현황을 조사하기 위한 것이다.

경인운하는 총 18㎞로, 한강 쪽 3.8㎞를 뚫어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방수로와 연결하면 서해바다와 한강 사이의 물길이 트이게 된다.

이번에 착공한 구간은 방수로 쪽 1.5km의 운수로로, 한국수자원공사는 올해 말까지 320억원을 들여 공사를 마칠 계획이다.

공사는 D조선해양건설이 맡는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측량작업을 끝내고 운하 예정부지 내 개인소유물과 공공시설물의 이전 협의를 마무리하는 대로 굴착 공사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결수로 외 본 공사인 인천.김포 터미널과 갑문 2곳, 횡단교량 7곳 등의 건설 사업은 오는 6월께 본격적으로 시작해 2011년말 완공 예정이다.

경인운하가 착공되면서 운하 주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인천 서북부 지역이 신흥 도심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인천시 서구에 사는 유진택(63)씨는 "운하건설에 따른 환경파괴는 주민들도 원치 않지만, 이 문제로 20년 가까이 질질 끌면서 지하수가 심각하게 오염되는 등 주민들의 생활여건이 너무나 열악해진 상황"이라면서 "어차피 할 거라면 조속히 마무리해 주변 환경을 정비하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경인운하 건설 재개로 침체된 주변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부근의 주택과 토지 가격은 아직까지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미분양됐던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는 발길이 최근 눈에 띄게 늘었다.

W 아파트 분양대행사의 관계자는 "평소 50명 정도이던 주말 방문객이 경인운하가 착공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는 150명선으로 크게 늘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경인운하 건설이 이처럼 재개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지난 1992년 홍수 피해가 잦은 굴포천 일대의 물을 서해로 빼내기 위한 방수로 사업에서 출발, 1995년 경인운하 건설로 변경됐지만 환경단체들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데다 2003년에는 운하의 경제성에 대한 감사원의 재검토 의견까지 제기되면서 표류를 계속했다.

경인운하 건설 사업이 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 경인운하 재추진을 포함시키면서부터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9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재추진 의사를 밝혔고, 지난해 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새로운 사업계획안을 놓고 분석한 결과 비용수익비율( B/C)이 1.07로 나오자 재추진을 확정했다.

B/C가 1을 넘으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운하가 완공되면 4천t급 선박이 화물을 실어 나르게 돼 경부고속도로 등 내륙의 교통난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2012년 이후에는 중국과 서울 용산을 오가는 5천t급 여객선도 운항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이밖에도 경인운하가 건설되면 신규 일자리 2만5천개가 창출되고 생산유발 효과가 3조원에 이르는 등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운하 주변 지방자치단체 역시 17년 동안 '가다 서다'를 반복해 온 운하 건설의 재개를 반기고 있다.

인천시는 경인운하가 완공되면 상습 침수지역인 굴포천 유역의 홍수를 예방하고 물류비가 절감되는 것은 물론, 인천을 동북아 물류.문화.관광 명소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시는 경인운하 주변 지역의 도로 개설 및 관광자원 개발, 항로 신설 등의 각종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등 운하건설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김포시도 김포터미널과 연계한 친수공원과 해사부두 조성, 주변 지역개발 방안 등을 수립 중이며, 얼마 전에는 인천시 서구.계양구와 함께 정부에 경인운하 주변 관광단지 개발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와 경제성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경인운하 공사를 강행한 데 대한 반발 또한 만만치 않다.

환경단체들은 "환경영향평가는 식수와 토양 등 계절적 변화를 관찰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6개월에서 1년까지 걸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경인운하의 경우에는 불과 3개월여 만에 마무리됐다"며 '졸속 평가'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경인운하의 비용수익비율(B/C)이 1에도 못미처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으며, 착공식도 없이 갑작스럽게 공사가 시작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경인운하백지화 수도권공동대책위원회'의 권창식 사무국장은 "경인운하 건설이 정말 타당성이 있고 자랑할 만한 사업이라면 국민에게 떳떳하게 공개하고 축복받으면서 공사를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정부가 계속되는 불법 절차와 졸속 행정에 대해 아무런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대책위원회는 경인운하 공사가 시작된 25일 인천시 계양구 다남동 굴포천 방수로 공사 현장과 장기동 수자원공사 경인운하건설단 앞에서 잇따라 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으며, 현재 공사 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경인운하 건설사업의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어서 운하건설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인천연합뉴스) 정묘정 기자 m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