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시켰다. 또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기존 9조원에서 10조원으로 1조원 늘렸다.

한은은 12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갖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2.0%를 그대로 동결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은은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한은은 5.2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 10월부터 매달 인하해 지난달에는 2.00%까지 낮췄다.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시킨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3.25%p 인하한 만큼 한 템포 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유동성 함정'에 빠질 가능성을 사전에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앞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최소한의 '금리인하' 카드를 남겨놓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

유동성 함정이란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통화량을 늘려도 회사채와 대출금리 등 시중금리가 거의 움직이지 않아 금리·통화정책이 효력을 잃은 상태를 의미한다.

그동안 내림세를 보이던 소비자물가가 다시 오른 점도 금통위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 7개월만에 상승 전환됐다. 석유류, 농산물 등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을 빼고 계산한 근원물가지수는 지난해보다 5.2% 올랐다. 물가상승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원달러 환율이 3월초 1600원선을 위협할 정도로 불안한 상황에서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이탈해 외환시장이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회의 직후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기준금리 동결과 관련, "금융시장에서는 환율, 주가 등 가격변수가 불안정한 움직임을 나타냈으나 금융기관 대출태도가 다소 완화되면서 가계 및 중소기업 대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그러나 "앞으로 통화정책은 경기의 과도한 위축을 방지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운용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앞으로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에는 그동안 내린 금리인하 효과 등을 살펴보면서 한 번 쉬어가자는 뜻에서 동결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글로벌 경기침체와 국내경기 하강속도 등을 감안하면 다음달에는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으나 그 폭이 크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또 이날 총액한도대출액을 기존의 9조원에서 10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패스트 트랙 프로그램' 운용시한이 오는 6월말로, 상당기간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액된 한도는 오는 23일부터 적용된다고 한은은 밝혔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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