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미디어그룹은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은행 세우빌딩 회의실에서 영등포 지역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을 초청,'제12회 전국 순회 한경부동산 포럼'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박합수 국민은행PB 부동산팀장과 베스트 공인중개사로 선정된 12명의 중개업자 등이 참석해 부동산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봤다. '여의도 및 영등포구 개발 계획과 시장 전망'을 주제로 다룬 토론 내용을 상세히 소개한다.

서울시의 한강변 초고층개발 계획 발표에 따라 여의도 아파트 시장은 급매물이 상당 부분 소진되면서 오랜만에 거래시장이 활기를 띠었으나 매도호가가 최고점 수준까지 급등해 현재는 다시 소강상태에 빠졌다. 포럼 참석자들은 여의도의 발전가능성을 이구동성으로 높이 평가했지만 경기침체 여파로 추격 매수세가 나타나지 않아 시장이 활성화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풀이했다. 다만 이미 올라버린 호가는 쉽게 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여의도가 강남과 목동을 능가하는 주거단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학교 · 학원시설 확충이 필수요소로 지적됐다.

영등포구 아파트 시장은 전반적으로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으며,지하철 9호선 개통 수혜를 크게 보는 당산동 일대가 소형 아파트 위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급매물 소진…호가 최고점 수준

한때 8억원에 육박했던 여의도 90㎡ 안팎(20평형대) 아파트는 지난해 말 6억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가 초고층개발 호재로 다시 8억원 선에 호가된다. 여의도 아파트는 전용률(실제 사용 면적비율)이 높기 때문에 공급면적이 90㎡ 안팎이라도 실거주 공간은 일반 100㎡형대 주택과 맞먹는다.

여의도 미래공인 박용순 사장은 "거래가 많지는 않았지만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크게 높였다"며 "만약 지금 거래를 하려면 7억원대 중반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부아파트 92㎡형을 비롯 시범 · 목화 · 공작 아파트 등 대부분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비슷한 상황이다. 매도호가만 놓고보면 3.3㎡(1평)당 가격으로 환산할 때 2300만원 수준에서 2800만원까지 치솟은 셈이다. 포럼 참석자 전원이 참석한 설문조사에서 재건축 이후 여의도 아파트의 적정 시세는 3.3㎡당 3500만원 선이 64%로 가장 많았고 3000만원과 4000만원이 각각 18%씩이었다.

최만호 가이드공인 사장은 "지난해 12월 쯤에는 서울 강남권과 분당 용인 등에서 고점대비 40% 이상 하락한 매물이 나와 반값 아파트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지만 여의도는 30%가량 떨어지는데 그쳤다"며 "여의도의 가격지지선이 상대적으로 공고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 매도호가를 회복하기는 했지만 매수호가와의 격차가 예전히 10~20% 정도 차이가 난다"며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제대로된 거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주상복합 아파트는 가격이 변동이 거의 없다. 김선희 트럼프월드공인 사장은 "개발계획이 발표된 이후 두 달이 다 돼가는데도 찾는 사람도 늘지 않고 호가변화도 없다"며 "트럼프월드의 경우 재건축이 아니어서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인데 유입인구가 많지 않다보니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참석자들은 여의도에서 투자가 유망한 아파트로 여의나루역과 한강변에 붙어있는 삼부 · 목화 · 공작아파트를 압도적(80%)으로 많이 추천했다.

◆9호선 개통 vs 학교시설 부족

국제금융지구로 발돋움 하려는 여의도는 당장 지하철 9호선 개통을 앞두고 있다. 박합수 팀장은 "오는 5월에 9호선만 뚫리면 강남까지 거리가 20분대로 줄어들기 때문에 여의도가 최대 수혜지가 된다"며 "정상적인 부동산시장이었으면 집값을 20~30% 끌어올리는 호재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분당선도 개통을 앞두고 있어 분당에서 여의도까지 40분대면 닿을 수 있는 서울의 핵심축으로 부상하는 데 최적의 기반시설이 될 것"이라면서 크게 반겼다.

하지만 포럼 참석자들은 여의도가 학교시설 부족으로 인구유입이 어려운 문제를 지적했다. 강남이나 목동과 같은 대표적 주거지로 변신하려면 학생을 두고 있는 30~40대 수요자를 끌어올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용순 사장은 "몇 해 전 국제고등학교를 세운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와 시범 삼익 아파트 등이 3.3㎡당 300만원 정도 올랐던 경험이 있을 정도로 여의도는 교육시설에 대한 갈증이 심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윤정상 굿모닝공인 사장도 "영등포구가 국제고를 여의도로 유치해 교육여건을 개선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 등 기반시설 쪽으로 화제가 옮겨지면서 주거용지를 상업용지로 바꿔줄 때 개발 부지의 40%를 기부채납토록 한 방안을 놓고 너무 심하다는 의견과 녹지와 편의시설이 늘어나면 주택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반론이 맞서기도 했다. 물론 참석자 대부분은 기부채납 부지를 30% 이하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만큼 기부채납에 대한 반감이 컸다. 설문조사에서는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소형의무비율과 임대아파트 건립 등의 규제를 꼽는 의견이 72%로 가장 많았다.

◆영등포는 소형 아파트가 '대세'

영등포는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거셌다. 이승재 삼환공인 사장은 "90㎡ 안팎의 아파트는 아직도 꾸준히 매매가 되고 있다"며 "심지어는 매물이 없어서 거래를 못하는 상황까지 나타난다"고 말했다. 생활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는 얘기다. 이 사장은 "당산은 목동와 여의도 사이에 있어 입지가 좋은 곳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당분간 인기가 유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동하 미래공인 사장도 "9호선 개통 호재가 선반영되면서 부동산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영등포 지역도 급매물 출시에 따른 저가 매수세유입으로 호가가 올랐던 상황은 일반적인 부동산 시장과 다를 바 없었다. 당산역과 붙어있는 래미안4차 109㎡형은 7억5000만원을 호가했다가 올해 1월 6억2000만원에도 매물이 나왔으나 지금은 6억8000만원이 하한선이 됐다. 물론 가격급등으로 매수자들이 부담을 느낀 탓에 최근 들어 가격상승세가 꺾여 있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영등포 일대에서 투자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추천할 만한 부동산으로 뉴타운 내 재개발지분이 가장 많이(36%) 꼽혔고 역세권 기존 아파트와 역세권 상가 · 오피스텔 등이 뒤를 이었다.

문충현 신아공인 사장은 영등포 개발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준공업지역 내 지주들에게 인센티브를 줘서 사업이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문 사장은 "영등포는 덩치가 큰 땅을 갖고 있는 개인이나 기업이 드물어 개발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이해조정이 수월해질 수 있도록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