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봄 서울 마포구에서 전세를 살던 김 모씨(36)는 자신이 살던 다세대 주택이 재개발 사업을 위해 철거에 들어가게 되자 의정부로 이사를 떠나야 했다.

김씨는 4년 동안 60㎡ 크기의 전셋집에서 6000만원를 주고 살아왔다.

그는 인근 지역에서 전세를 얻기위해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철거 대상 지역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집을 구하겠다고 나서다보니 전셋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예전과 비슷한 조건인 집의 전세가가 1억원을 훌쩍 넘었다.

재개발조합에서 쥐어준 1300만원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서울 거주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재개발 사업에 따라 집을 떠나야 하는 세입자들에게 주는 보상비가 턱없이 적다는 의견에는 이론을 찾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물론 심지어 재개발 사업자들까지도 인정하는 내용이다.

현행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세입자에게 주는 돈은 고작 4개월분의 주거이전비와 이사 비용이 전부다.

그나마 보상금을 받으려면 재개발 지구가 지정되기 3개월 이전부터 거주해야 한다. 주거이전비는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구원수별 월평균 가계지출비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기껏해야 100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사 비용은 100만원 남짓이다.

재개발이 완료된 뒤 임대주택 입주권이 나오기도 하지만 모든 세입자가 대상은 아니다. 지자체의 조례에 따라 결정되는데 임대주택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입주권을 얻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 다름없다. 반면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 인근 주택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문제는 세입자에게 보상금을 어느 수준까지 올려줘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세입자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상금을 책정하면 좋겠지만 보상금이 늘어나면 재개발 사업의 사업성이 떨어져 이번에는 조합원이 반발하게 되는 딜레마를 겪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세입자들에게 조합 총회에서 발언권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세입자들의 처지와 의견을 반영할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에 재개발 보상금 관련 문제가 겉돌고 있다"며 "세입자가 조합에 참여할 수 있다면 갈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