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20일 C&중공업에 대한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을 중단키로 한 것은 굳이 실사를 진행하지 않더라도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회사의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채권 금융기관들은 C&중공업의 회생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봤고 따라서 기존 채권의 만기연장은 물론 신규 자금 지원을 하지않기로 한 것이다.

채권단이 워크아웃에 합의했던 C&중공업의 퇴출을 결정함에 따라 이번에 C등급(워크아웃)을 받은 조선사나 평가대상에서 제외된 8개 조선사 중에서도 채권 금융회사들로부터 퇴출 선고를 받는 조선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이날 "두 차례의 신규자금 지원이 제대로 합의되지 않았으며 워크아웃 진행이 대단히 어렵다는 데 주요 채권 금융기관들이 의견을 모았다"고 C&중공업 워크아웃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C&중공업 채권단은 지난달 3일 워크아웃을 결의했지만 19일 자금지원액 배분 기준을 총 채권액 비율에서 대출채권자와 RG보증채권자, 보증채권자 등으로 변경하는 안건이 부결됐다.

또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의 조정을 통한 결정 안도 부결되는 등 자금 지원을 놓고 이견을 노출했으며 결국 지난 달 29일 긴급자금 150억 원 지원안을 부결시켰다.

채권단은 이후로도 실사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실사 준비 작업을 진행했지만 임금이 3개월째 체납되고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등 C&중공업의 사정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분위기가 워크아웃 중단 쪽으로 기울었다.

조선사 신용위험평가 항목을 적용한 평가 결과 C&중공업이 퇴출 대상인 D등급으로 판명됨에 따라 채권단은 조만간 회의를 열어 워크아웃 중단을 공식 결의할 예정이다.

워크아웃이 중단되면 C&중공업은 채권단 지원없이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거나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해야 한다.

채권단이 C&중공업의 워크아웃을 중단키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이번에 C등급을 받은 대한, 진세, 녹봉조선은 물론 평가대상에서 제외된 8개 신생 조선사들도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지않을 경우 퇴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C&중공업이 어음을 발행하지 않아 어음 부도가 나지는 않았지만 선박 건조 실적도 없고 임금 체불과 물품 대금 체납 등으로 사실상 부도 상태였기 때문에 최대 채권금융기관인 메리츠화재 등이 워크아웃 중단에 동의했다"며 "평가대상에서 제외된 8개 조선사에 대한 평가는 개별 은행 차원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