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사라,무조건 싸게 사라."부동산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올해 투자전략의 키워드는 '가격'이다.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지 않는 부동산 상품은 쳐다보지 않는 것이 '최고의 재테크 요령'이라고 강조한다. 올해는 시세보다 40~50% 싼값에 매물이 나오는 경매시장에 유독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은 경기 침체 여파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부동산 시장도 전반적인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선별적이고 보수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것을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부동산 시장이 '최악의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경기침체의 골이 깊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반기 들어 다소 회복되더라도 올해 집값은 전체적으로 5~10%가량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경기회복이 전제되지 않는 한 주택시장의 나홀로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5~10% 하락을 예상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과 박합수 국민은행 PB부동산팀장도 5% 이상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경기침체와 소득 불안 등으로 수요가 위축돼 있어 집값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가격이 바닥권에 접근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인 거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가장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박 소장은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올 상반기 최악의 국면을 맞을 것"이라며 "체감적인 부동산 경기 회복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2001년 이후 오랫동안 계속된 저금리로 인한 과잉 유동성으로 집값에 거품이 많이 낀 상태에서 '충격'을 받은 만큼 회복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올 하반기부터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더라도 부동산시장은 'L자'나 'U자'형으로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매시장 환란이후 최대기회…우량매물 넘쳐

불황의 여파로 경매시장이 호황기를 맞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올해는 다양한 물건이 쏟아지면서 경매시장은 10여년 전 외환위기 이후 최고의 호황을 누릴 것"이라며 "내집마련을 계획 중인 실수요자들은 경매시장에서 기회를 엿볼 만하다"고 말했다.

함영진 실장은 "불황기엔 '떨이 시장'인 경매시장에 큰 장이 설 수밖에 없다"며 "3차례 이상 유찰돼 감정가의 50% 선에서 나오는 강남지역 아파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합수 팀장은 "올 상반기가 끝나가는 시점을 기준으로 우량 매물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경매시장은 상당한 투자 리스크가 상존하는 만큼 신뢰할 만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고 당부했다.



재건축ㆍ재개발 아파트는 중층보다 저층이 유리

재건축ㆍ재개발 아파트의 경우 아직은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장기투자의 관점에서 볼 때 중층보다는 용적률 완화 혜택이 상대적으로 큰 저층단지가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김희선 전무는 "앞으로 재건축 규제가 추가로 풀리더라도 주변 아파트값이 내리고 있어 단기적인 투자 매력은 낮다"고 말했다. 박합수 팀장은 "용적률이 완화돼도 소형평형 의무비율 규제가 남아 있어 대치 은마나 잠실 주공5단지,압구정 현대,반포 한신 등 중층 재건축단지는 사업 추진에 한계가 있다"며 "개포주공,둔촌주공,가락시영 등 저층단지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김용진 부동산뱅크 이사도 "한강변 재건축이나 저층 재건축 단지 등 용적률 상향에 따른 혜택이 큰 곳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