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의 대표 정책인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간판을 내리기로 함에 따라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정부는 23일 확정 발표한 종부세 개편 3단계 방안을 통해 마지막 단계에 종부세를 재산세에 흡수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참여정부 당시 헌법 만큼 바꾸기 힘들게 만들겠다며 2005년 1월 시행한 종부세법을 폐지하겠다는 의미다.

법 폐지는 정부가 '중장기' 과제로 내놓았지만 늦어도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끝나기 전인 2011년께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편안은 결과적으로 참여정부의 간판급 부동산 정책을 용도 폐기하겠다는 의지를 담아냄에 따라 파격적인 종부세율의 완화 폭과 함께 정치권의 뜨거운 공방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 종부세 `시한부 생명' 선고
정부가 정리한 3단계 개편안을 보면 이번 개편안이 2단계에 해당한다.

이미 지난 1일 세제개편안을 통해 종부세 과표적용률 인상 속도를 늦춰 지난해 수준인 80%로 동결하고 주택 및 종합합산 토지에 대한 세부담 상한을 현행 300%에서 150%로 하향 조정하기로 한 것이 1단계다.

이는 올 12월 신고분부터 적용된다.

1단계에는 주택건설사업자가 보유한 주택건설용 토지나 미분양 주택 등에 대해 5년간 종부세를 부과하지 않는 내용도 들어 있지만 이는 2009년 납세의무 성립분부터 해당된다.

2009년 납세의무분부터 적용될 이번 2단계 조치는 주택분 과세기준을 9억원으로 높여잡는 동시에 과표 구간을 4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고 세율도 최고세율을 3%에서 1%로 낮추는 등 대폭 내렸다.

1세대 1주택 고령자에 대한 세액 공제도 집어넣었다.

사업용 부동산의 경우 애초 정부안은 2009년 납세의무분부터 아예 종부세를 폐지하는 대신 재산세로 바꾸기로 했지만 당정 협의를 거치면서 수정됐다.

과세표준이 대폭 완화되고 과세기준 금액도 40억원에서 80억원으로 배로 높이면서 부담이 지금보다 3분의 1로 줄어들게 된 것이다.

나대지 등 종합합산토지의 과세표준도 낮춰지고 세율도 완화되며 과세기준 역시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세금을 20년 내다 보면 원본을 다 까먹게 되는 만큼 이는 세제가 아니라 규제에 가깝다는 지적 때문이다.

마지막 3단계는 종부세를 폐지하고 재산세로 바꾸는 작업이 해당된다.

정부는 시기를 밝히지 않았지만 늦어도 이 대통령의 임기만료 2년 전에는 이뤄질 공산이 크다.

결국 이번에 대수술을 거친 종부세는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이에 대해 "국제적인 재산과세 원칙에 따라 단일 세율 또는 낮은 세율 체계로 전환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재산세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종부세 왜 재산세에 흡수되나
이렇듯 정부가 종부세에 대해 사실상 '사망 선고'나 다름 없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보편성의 원칙과 수익자 부담 원칙 등 조세원칙이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의 방향은 재산세처럼 보편성 있는 보유세를 일반적으로 강화하는 의미인데, 지금은 종부세를 통해 극소수에게 지나친 세 부담을 주면서 보편성 원칙에 어긋나고 본래 의미의 보유세 강화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나아가 보유세는 지방정부의 서비스에 대한 대가인 만큼 지방세가 원칙이지만 보유세인 종부세를 국세로 운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도 제기됐다.

실제 종부세 제도는 재분배 수단으로 부적절하며 종부세 세수의 지자체 배분이 수익자부담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학계의 지적도 나왔다.

세율도 보유세의 경우 단일세율이 바람직하지만 종부세는 최고세율이 3~4%인 급격한 누진체계를 갖고 있다는 점도 정부의 종부세 폐지 방침에 반영됐다.

아울러 과도한 세부담으로 지속 가능성이 없다는 점도 감안됐다.

◇ 문제 없나.

.논란 불가피
정부는 종부세를 재산세로 전환하는 구조조정 작업을 할 경우 재산세의 과세표준과 세율체계의 전반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재산세의 개편 방향이 중장기적 관심사로 부상할 전망이다.

종부세를 흡수하면 재산세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공산이 크다.

재정부 관계자는 "종부세 일부는 재산세율 인상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미 종부세를 대폭 완화한 기조가 그대로 녹아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종부세 개편에 따른 부동산 교부세 보전방안도 문제다.

종부세가 없어지면 종전처럼 자원을 나눌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재정부 측은 이에 대해 "재산세율 인상 등을 통해 지방자치단체 세원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자체 간에 우려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대한 대책도 강구된다.

재정부는 재산세의 일부를 지자체 간 재원조정 형식으로 재원이 부족한 비수도권 지자체에 교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재산세가 많이 걷혀 재정력을 가진 지자체가 돈 없는 지자체에 교부하는 조정교부금 형식이다.

정부는 감세에 따른 세원 감소도 각오하고 있다.

이번 개편으로 2010년까지 2조2천3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전망이지만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비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논란은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22일 과세기준을 9억 원으로 상향 조정한 것을 놓고 강력히 비판하며 철회를 촉구한 점에 비춰 참여정부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종부세'의 폐지움직임을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