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이 22일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종부세율도 0.5∼1% 수준으로 대폭 낮추기로 합의함에 따라 주택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종부세 과세기준이 높아지면 보유세 부담 때문에 위축됐던 고가 주택 수요가 어느 정도 되살아날 전망이나 개편안 시행 전까지는 당분간 거래 공백 상태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경제여건이 나빠 이번 조치가 바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종부세 과세 기준 조정으로 고가 주택 보유자들의 세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여기에다 지난 1일 발표된 세제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당초 올해 공시가격의 90%가 적용될 예정이던 종부세 과표 적용률이 2007년 수준인 80%로 동결된다. 세 부담 상한선도 300%에서 150%로 줄어들 예정이다.

중.저가 주택에 매겨지는 재산세율도 절반으로 낮춰질 예정이지만 지금도 세 부담이 크지 않아 주택거래 등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고가 주택을 사려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입주 후 매년 내야 하는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수세가 지금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 서울 강남권이나 분당.용인.과천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의 경우 최근 계속되는 집값 하락세가 둔화되거나 멈춰설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 지난해 개인 주택분 종부세 납부자(37만9000명) 중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주택 보유자는 모두 13만5000명으로 전체의 3분의 1을 넘는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 연구소장은 "보유세 부담 때문에 집을 팔려던 사람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강남권 등의 집값 하락세가 멈춰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종부세 부담이 줄더라도 당장은 강남권을 포함한 주택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경기 침체,미국발 금융위기에 고금리 기조까지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외부 환경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악재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는 세 부담 완화효과가 별로 힘을 쓰지 못한다는 얘기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종부세 기준 완화가 해당 지역 집값 하락세를 멈추게 하거나 둔화시킬지는 몰라도 집값을 밀어올리는 쪽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고가 주택의 거래 공백은 당분간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고가 주택 보유자들이 세 부담을 덜기 위해 종부세법 개정안이 시행될 때까지 매도 시기를 늦추고,매수 희망자 역시 세 부담이 완화된 뒤에 움직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 초부터 실거래가 6억원 초과분에서 9억원 초과분으로 확대되는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보기 위해 매물을 거둬들이는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종부세 회피 매물까지 시장에서 사라질 경우 거래 공백은 불가피하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중대형 고가 주택 가격이 당분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매수자들이 많은 만큼 연말 또는 내년 초까지 고가 주택 거래는 아예 두절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