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교지구가 확대돼 신도시로 개발된다는 뉴스가 나오자마자 신도시 인근에 있는 신동아1차 아파트 79㎡형은 호가가 8500만원에서 1억500만원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

경기 오산시 가수동에서 부동산중개를 하는 강선혁 오스카공인 사장은 쏟아지는 문의 전화 때문에 지난주를 정신없이 보냈다. 기자와 만나고 있는 도중에도 수시로 전화가 왔다. 강 사장은 "평소에는 하루 7~8건의 전화가 걸려오는데 8ㆍ21대책 발표 이후에는 수십 통으로 늘었다"며 "집값을 알아보는 사람들도 대구 안산 의정부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8ㆍ21 부동산 대책 효과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은 오산시로 꼽힌다. 세교신도시 인근 아파트들의 매물가격이 대부분 2000만원씩 올랐다. 움츠리기만 했던 수요가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궐동 우남공인 관계자도 "집을 살까말까 고민하던 사람들이 대책 발표를 계기로 매수세에 가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미분양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를 찾는 발걸음도 많아졌다. 오산동 KCC스위첸 아파트 모델하우스는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단 한 명도 찾지 않는 때가 많았지만 지난주에는 모습이 확연히 달랐다. 점심 때까지 두세 명씩 짝을 이뤄 온 방문객이 6팀이나 됐다.

김포한강신도시에서 3일부터 우남퍼스트빌 아파트 청약을 받는 우남건설은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다. 전매제한 기간이 7년에서 3년으로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우남건설 관계자는 "분양을 받고 싶었지만 재산권이 오랫동안 묶인다는 점 때문에 부담스러워했던 예비 청약자들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분양 일정을 연기한 것이 새옹지마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김포한강신도시에 마련된 모델하우스에는 주말에만 2만여명이 다녀가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재건축 아파트 시장까지 훈풍이 부는 것은 아니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아파트 등 재건축 대상 아파트단지가 몰려있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인근 태성공인의 경우 8ㆍ21대책 이후 사흘간 재건축 관련 문의는 한 건도 받지 못했다.

이상훈 태성공인 사장은 "이번 대책으로 수요 진작을 유도하기는 미흡하기 때문"이라며 "대출규제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시장이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자들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강남구 대치동 C공인 관계자도 "이번 대책에 소형아파트와 임대아파트 의무건설 비율 등 핵심적인 규제가 완화 대상에서 빠져 있어 아쉽다"며 "아파트를 높게 지을 수 있게 됐다지만 용적률은 그대로여서 반응이 신통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을 팔려는 쪽에서는 조금씩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강동구 고덕동 양원규 실로암공인 사장은 "고덕시영 42㎡형의 경우 급매물로 3억6000만원짜리가 나왔으나 집주인이 잠시 지켜보자며 매도를 유보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재건축 아파트 보유자들은 이번 대책을 통해 집값 약세가 멈출지를 주목하고 있다. 집주인들은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 대해서도 반기는 모습이다. 매매가격 추이와 상관없이 장기간 묶일 줄 알았던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것이다. 재건축 일반분양분에 대한 후분양제가 폐지된 것 역시 호재다.

일부 재건축 단지들은 그동안 중단했던 사업을 재개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안전진단 간소화 등으로 사업을 빨리 추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는 현재 진행 중인 안전진단 용역을 마무리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는 연말쯤 안전진단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안전진단을 준비하고 있다. 강동구 고덕주공 둔촌주공 등 2종 일반주거지역에 있는 단지들도 평균 15층(서울시 16층)에서 18층으로 완화됨에 따라 설계를 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동구 고덕동 K공인 관계자는 "8ㆍ21대책은 알맹이가 빠져 추가 대책 없이는 주택시장이 살아나기 어렵다는 비판이 많지만 집주인들은 나름대로 기대하는 눈치"라며 "매수세가 당장 늘지는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유리한 것은 사실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이문용 인턴(한국외대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