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의 부동산정책에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는 핵심사항의 하나다.

규제완화를 통해 재개발.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용적률과 층수를 올려 도심지역의 주택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 신도시를 건설하지 않고도 연간 5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집값 상승 기대로 부동산시장이 불안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서울의 경우 '선(先) 재개발 활성화,후(後) 재건축 규제완화'란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 인수위의 방침이다.

이에 대해 시장과 업계에서는 일단 그동안 수요억제를 통한 규제일변도의 정책이 제 방향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지만 과거 집값 상승이 거의 대부분 강남 재건축아파트에서 촉발돼왔다는 측면에서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또 강북 재개발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경우 특정지역에서 단기에 집중적으로 원주민들의 이사수요가 발생해 국지적인 전세난을 초래하고,땅값이 오르는 등의 부작용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재개발사업이 집중적으로 추진되지 않도록 지역별로 사업 속도를 조절하는 등 정교한 규제완화 시행 프로그램과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상되는 주요 규제완화 내용

인수위는 '선 재개발,후 재건축 규제완화' 방침에 따라 강남 아파트를 찾는 잠재수요를 최대한 줄일 수 있을 정도로 강북 재개발을 역점적으로 추진한 뒤 강남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는 입장이다.

인수위는 이를 위해 우선 강북 등에 자립형 사립고 100여개를 신설,강남권 교육 수요를 최대한 흡수할 계획이다.

또 용적률과 층수규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미 뉴타운을 중심으로 지역별로 용적률을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도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인가 시점으로 앞당기기 위한 법령개정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재건축 규제완화는 기대보다 폭이 크지않고 시기도 조기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인수위가 무엇보다 집값 안정이 최우선이라며 시장 동향을 본 뒤 올 하반기 이후에나 규제완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인수위는 재건축 개발이익은 현물(임대아파트) 대신 현금을 통해 반드시 환수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재개발지역 전세불안 우려

새 정부로선 '동전의 양면'처럼 재개발 활성화로 빚어지는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당면 과제다.

실제 강북 일부 지역에선 올해 재개발로 인해 이사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전세난 방지대책이 시급한 형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에서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작년 8월까지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거나 신청한 물량은 5만5579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작년 11월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아파트만 1만9034가구나 돼 당장 올 상반기부터 전세난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아현뉴타운이 추진되는 마포구와 가재울뉴타운을 끼고 있는 서대문구에서는 올해 각각 2946가구,4318가구가 한꺼번에 이주해야 할 형편이다.

송파구에서도 작년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단지가 가락시영아파트 등 모두 8993가구에 달해 이르면 올해부터 이주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서울 35개 뉴타운 중 3차 뉴타운 14개 사업장은 대부분 2010년께 추진위원회를 구성,2011~12년에는 동시다발적으로 철거에 들어갈 예정이다.

향후 3~4년간 계속 전세수요가 급증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 정부의 재개발 활성화에 따라 동시다발적으로 사업이 추진되면 전세시장 불안이 더 가중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민층이 밀집한 강북 재개발지역의 경우 시기조절을 통해 사업시기를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전세난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택공급확대 효과도 미미

이와 함께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만으로는 이명박 당선인의 공약인 연간 50만가구 공급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기존 주택을 헐고 짓는 재개발.재건축은 빈 땅에 건설하는 신도시에 비해 공급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교부도 그동안 "재건축을 통한 주택순증 효과는 5~10%에 그친다"고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는 신도시 주택공급계획과 병행해 규모별 공급물량을 종합,조절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또 투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지만,'개발이익환수'를 전제로 한 규제완화에 너무 치우치다가는 용적률 확대가 고밀도 개발을 통해 자칫 주거환경만 악화시키는 결과에 그칠 우려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률적으로 용적률을 상향조정할 것이 아니라 사업장별 여건에 따라 층수를 높여 개발효과는 극대화하되,고밀도 개발의 단점도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