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과 기준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가격 하락세가 멈추고 매물이 회수되는 등 '반(反) 종부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고가의 종부세 등을 피하기 위한 절세 급매물이 상당부분 소화된데다 보유세 부과 기준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와 세금을 피할 수 없게 되자 이제는 매물을 회수하고, 가격을 1천만-2천만원씩 올려 내놓는 것이다.

31일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의 경우 최근 2-3일만에 급매물이 사라지며 호가도 2천만-3천만원 정도 올랐다.

이 아파트 11평형의 경우 얼마전 급매물이 5억7천만원에 팔린 뒤 매물이 줄자 지난 30일 2천만원 오른 5억9천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또 종전까지 7억2천만-7억3천만원에 팔렸던 13평형은 며칠 전 7억5천만원에 팔렸고, 현재 호가가 7억7천만원으로 2천만원 올랐다.

남도공인 이창훈 사장은 "최근 재건축 급매물이 빠르게 소화되고, 보유세 부과일이 임박하자 더이상 급매물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매도자들이 급할 게 없다고 보고 가격을 깎아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급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지난 28일 10억9천만원에 팔렸던 이 아파트 34평형은 현재 이보다 7천만원 이상 비싼 11억6천만-11억7천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최근까지 20-25개였던 매물도 현재 5개로 줄어들었다.

잠실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급매물은 없고, 일반 매물만 남아 있다"며 "갑자기 매도, 매수자간의 호가 차이가 크게 벌어지다보니 오히려 매수자들이 달려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매물이 들어가고 있다.

대치동 명지공인 송명덕 사장은 "매도자들이 더이상 가격을 낮출 필요가 없다고 보고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종부세 회피 등 절세용 매물도 끝나 당분간 강보합세가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강동구 고덕주공 재건축 단지는 소형 평형 위주로 급매물이 빠지면서 호가가 오르는 추세다.

고덕 시영 17평형은 최근 5억2천만원에 거래가 된 후 일부 주인들이 1천만원 오른 5억3천만원에 매물을 내놓고 있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분당급 신도시에 대한 기대감도 이와 같은 분위기를 거들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는 "다음달에 수도권에 신도시가 발표되면 집값이 연쇄적으로 뛸 수 있고, 최근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는 화성 등은 강남 대체신도시로 적합하지 않아 희소가치가 있는 강남권 집값이 더 오르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감도 한 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분위기는 일시적이며 '대세 상승'으로 보긴 힘들다고 말한다.

급매물이 소화된데 따른 일종의 '착시현상'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9월 분양가 상한제가 예정돼 있고, 대출 규제도 여전해 분당급 신도시가 발표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과거만 못할 것 같다"며 "절세 매물이 감소해도 처분조건부 매물은 추가로 나올 수 있어 가격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