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집값의 내림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집값불패 신화'를 이어왔던 강남권 아파트값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집값 조정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강남3구를 포함한 이른바 '버블세븐'지역과 지난해 하반기 집값이 급등했던 과천 파주 인천 등의 하락폭이 확대되는 추세다.

잠실과 목동 과천 등에서는 1억원 이상 내린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대기 매수자들은 집값 추가 하락을 기대해 "더 두고 보자"며 매수를 미루는 분위기다.

강북지역과 평촌 의정부 등 경기 일부지역은 아직 소폭의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으나,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는 등 거래가 끊긴 상태여서 조만간 집값이 내림세로 돌아설 것이란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재건축 규제 등에다 분양가 상한제 및 분양원가 공개 등을 골자로 한 1·11대책이 나오면서 집값이 내릴 것이란 관측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며 "설연휴 이후를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상향 반전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강남권 · 수도권 … 개포·잠실 주공 재건축 1~2억 급락

강남권은 재건축 아파트값 하락이 대치동과 잠실 등의 일반 아파트값 동반 약세를 초래하며 하락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표적 재건축단지인 강남구 개포 주공 1~4단지(저층)는 한 달 사이에 평형별 시세가 1억원가량 내려 1단지 13평형은 7억원,11평형은 5억4000만원에 최근 거래됐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개포 주공 5~7단지(중층)는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작지만 매수세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의 경우 최근 36평 급매물이 14억4000만원에 팔려 한 달 새 2억원가량 급락했다.

이외에 팔리지 않는 급매물성 매물이 중개업소마다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집값의 '바로미터' 격인 대치동도 비슷한 상황이다.

은마 31평형이 10억6000만∼11억원,34평형이 13억∼13억5000만원 선으로 수천만원씩 하락했다.

선경·우성아파트는 약보합세 정도지만,매수세는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1억원 이상 싼 급매물을 찾는 수요는 조금 있지만,매물을 구해 연락하면 다시 매수호가를 더 내린다는 것이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강남권에 버금가는 인기주거 지역인 목동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이 지역 대표 주상복합단지인 하이페리온2의 경우 입주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평형별로 호가가 수천만원에서 1억원대까지 속락하고 있다.

수도권은 매수세가 '뚝' 끊기면서 집값이 전반적으로 약보합세다.

특히 재건축 기대로 급등했던 과천이나 신도시 효과가 컸던 김포 등의 내림세가 확연하다.

과천 주공1단지 27평형은 작년 말 11억4000만원에서 최근 9억5000만∼9억7000만원으로 2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재건축을 끝내고 오는 4월 입주하는 11단지에 대한 관심도 시들하다.

검단신도시 발표로 주목받았던 김포 인천 등 서부지역의 집값도 조정을 받고 있다.

검단2지구 탑스빌 33평형의 경우 작년 말 2억5000만~2억6000만원까지 치솟았으나 지금은 2억1000만원 정도면 매입할 수 있다.

북부권도 약세다.

신도시 확대발표 등으로 강세였던 파주 운정·교하지구의 경우 운정지구 월드1차 33평형이 최근 올초 시세보다 4000만원 낮은 3억1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교하지구 역시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여 동문아파트 32평형은 3억2000만∼3억5000만원보다 1000만~2000만원씩 싼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구리에서는 토평지구와 교문지구를 중심으로 집값이 약보합세다.

토평지구 삼성래미안 45평의 호가는 8억5000만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지만 거래는 완전히 실종됐다.

평촌에서도 거래가 끊긴 상태다.

범계동 목련마을 우성 17평이 리모델링 재료로 최근 수천만원 올라 2억원을 호가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단지들은 약보합세다.

◆ 강북권 … 뉴타운 등 재개발 기대속 '불안한 조정'

강북권은 뉴타운 등 재개발 기대감이 커 상대적으로 집값 하락세가 뚜렷하게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은평구 불광동 현대홈타운은 작년 9월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논란으로 가격이 오른 뒤 매수세는 없지만,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25평형 3억원,33평형 5억원 선이다.

성북구 길음뉴타운도 매수세는 전혀 찾아볼 수 없지만 매물이 많지 않아 호가는 떨어지지 않았다.

래미안3차 31평형은 6억원으로 작년 말과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집값이 내린 곳도 있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24평형은 작년 말 2억4000만∼2억5000만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졌지만,1·11대책 이후에는 2억3000만원에 나온 매물도 소화되지 않고 있다.

4억원을 호가했던 33평형에서도 3억7000만∼3억8000만원짜리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노원구 중계동 주공4단지 31평은 3억8000만~4억원에 호가가 나오는데 매수자 찾기가 힘들다.

◆ 지방 … 분양가 밑도는 단지 속출

지방시장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신규 입주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매수세가 위축돼 거래는 완전히 실종 상태다.

프리미엄(웃돈)은커녕 분양가 이하로 매매 시세가 내려가는 아파트 단지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입주가 시작된 대전 유성구 교촌동 '한승미메이드'(737가구)는 입주율이 30% 선에 그치고 있다.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 집주인들이 분양가에 등기비와 후불제 이자 정도만 붙여 팔려고 하지만 거래가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급히 집을 팔려는 집주인들이 매수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며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으로 지난해 말부터 거래가 끊기면서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작년 연말부터 입주가 시작된 부산 서면 대림e-편한세상과 전북 전주시 서신동 대림e-편한세상도 입주율이 각각 35%,65% 선에 그치고 있다.

부산 서면 G공인 관계자는 "공급과잉이 워낙 심한 데다 매수세마저 완전히 사라지면서 주택거래가 올스톱 상태에 빠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