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기업들이 투기목적으로 비업무용 부동산을 대거 보유하는 것이 사회적 논란거리로 부상하던 시절은 지나갔지만 재벌기업들은 여전히 부동산관련사업에 신경쓰고 있다.

'단순 투기'목적을 넘어 부동산 개발이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부각되고 있는데다 빌딩관리, 레저사업 등으로 부동산 관련사업이 계속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이한 현상은 외형상으로 부동산 관련업체가 결코 주력기업과는 거리가 멀지만 대부분 총수나 2세 등이 직접 지분을 투자하거나 등기이사를 맡는 등 총수일가가 해당 사업을 직접 챙기는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증권가 관계자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이상으로 대기업들에서 부동산 관련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거나 아니면 경영권 승계, 총수일가의 재산분배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총수일가가 부동산 관련 사업체 주식 직접소유

재벌 계열사중에는 오너 일가가 직접 보유한 주식이 1주도 없는 기업도 적지 않지만 부동산사업 관련업체들은 대부분 총수 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1대 주주인 경우가 많다.

9일 금융감독원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한진그룹 계열의 정석기업은 지난해 매출은 267억원이지만 자산규모는 그 10배인 2천673억원에 이르는 알짜 부동산 자산기업으로 최근 지분을 둘러싼 형제간 법정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회사는 조양호 회장이 최대주주로 25% 지분을 확보하고 있으며 조 회장이 대주주인 대한항공이 24.40%를 보유, 2대 주주로 올라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의 골프장 및 콘도업체인 해비치리조트는 기아차가 40%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지만 정몽구 그룹 회장의 부인 이정화 여사 등 친족들이 20%의 지분을 직접 갖고 있다.

이 여사는 이 회사의 대표이사직도 맡고 있다.

SK그룹 계열로 주택 등 부동산 사업의 시행과 관련 마케팅은 물론 SK건설이 지은 주택 등의 인테리어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아페론은 최창원 SK케미칼 부사장이 지분 70%를 갖고 있다.

◆ 2세 지분 많은 '부(富) 승계형'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관련 업체중에는 총수 자녀가 상당 지분을 갖거나 심지어 총수보다 더 많은 지분을 지닌 경우도 적지않다.

위락시설과 골프장 등 레저사업과 부동산 관리 등이 주업인 삼성에버랜드의 1대 주주는 삼성카드(25.64%)지만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25.10%를, 이부진 신라호텔 상무와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가 각각 8.37%를 갖고 있으며 이 회장은 3.72%를 갖고 있다.

최근 장하성 펀드와 '결전'을 벌이고 있는 태광그룹도 유사한 케이스로 분류된다.

부동산자산을 관리하는 업무가 주업인 태광리얼코의 경우 올해 2월 이뤄진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이호진 회장의 미성년 아들 이 모군이 49% 지분을 확보, 51%를 가진 아버지와 함께 이 회사 전체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아울러 이 모군은 태광의 또다른 부동산사업 관련 계열사인 동림관광개발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태광관광개발, 서한물산 등에는 이 회장과 함께 조카인 이원준씨 지분이 많다.

◆ 등기이사로 경영 직접 챙기기도

LG그룹 계열인 서브원은 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한 사무용품 관련사업도 하고 있지만 부동산 관리와 골프장,스키장 등 레저관련 부동산부문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그룹의 지주회사인 ㈜LG가 100%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구본무 회장 일가의 직접 지분은 없다.

하지만 구 회장은 서브원의 100% 대주주인 ㈜LG의 대주주로, 실질적으로 이 회사를 지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서브원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