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 부동산대책의 후속 입법이 완료된 이후 서울 강남권과 분당 목동 등 인기지역 주택의 매수·매도 호가 격차가 최고 수억원 선으로 크게 벌어지고 있다.

매도 호가는 아직 3·30 대책 이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약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거래가 거의 끊기면서 매수 호가가 이를 훨씬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재 호가에 팔 수 있으면 팔아달라"는 대기 매물이 급증하면서 매도호가를 서서히 낮추는 매물도 일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이에 대해 일선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종합부동산세 인상 부담 등이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한 집 주인들 사이에서 '지금 집값이 꼭지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매수·매도 호가 격차 확대는 '호가를 낮춘 급매물 증가→매도 호가 하락→시세 하락'으로 이어지는 '전주곡'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16일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분당의 대표적인 고가(高價) 주상복합인 정자동 파크뷰 54평형은 20억원에 팔겠다는 매물이 나와 있지만,매수 호가는 16억∼18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호가 차이가 최대 4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3·30 대책이 발표됐던 지난 3월 말 매도 호가가 17억~18억원,매수 호가가 15억~16억원으로 격차가 2억원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파크뷰 63평형 역시 매도 호가는 28억원 정도인 데 비해 간혹 문의해 오는 매수희망자들은 25억∼26억원 정도면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분당 아이파크 65평형 역시 집주인들은 18억원 정도를 받아달라고 하지만 매수측은 15억∼16억원 선으로 차이가 크다.

분당 A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도 호가가 17억원이라던 동양파라곤 59평형 급매물이 최근 15억5000만원에 팔리면서 현재 호가 수준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한 달 정도 지나면 매도 호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권도 사정은 비슷하다.

개포주공 5단지 31평형은 10억원,33평형은 13억원 정도에 매도 호가가 나오고 있지만 사자는 쪽에서는 이보다 5000만∼2억원 정도 싼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개포동 B공인 관계자는 "매도 호가가 7억7000만원인 개포주공 5단지 25평형 급매물이 최근 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며 "현재 매도 호가보다 몇 억원 싼 매물이 나오면 무조건 잡아달라던 수요조차 점차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목동도 호가 격차가 커지고 있다.

상승세를 주도했던 고급 주상복합 하이페리온Ⅰ 68평형은 25억원에 매도 호가가 형성돼 있지만,매수 문의는 23억∼24억원 수준이다.

하이페리온Ⅱ(분양권) 56평형 역시 매도 호가는 20억원이지만 매수 호가는 18억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

목동 C공인 관계자는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면서 호가 격차가 벌어져 지난달 말 이후 매매 계약서를 한 건도 못 썼다"며 "중·대형 평형이 평당 4000만원가량 하는 목동 단지 내 일반아파트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강남·분당·목동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올초만 해도 정부가 집값 하락을 운운하면 코웃음을 쳤지만 이제는 중개업자 사이에서도 시세 하락이 시작되는 것 같다는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적어도 매도 호가가 현 수준에서 더 이상 올라가기는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전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