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방의 대단지 입주 아파트 전세 시장이 '물량 쇼크'로 출렁거리고 있다. 전세 물량은 쏟아지는 반면 수요는 부족해 시간이 갈수록 임대물건이 쌓이고, 가격도 하락세다. 이 때문에 해당 입주 아파트는 물론 인근의 기존 아파트 전셋값마저 약세로 돌아서 전셋집을 제 때 빼지 못하는 `역전세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파주 교하지구 동문굿모닝힐은 입주 초기에 7천만원이던 32평형 전셋값이 5천만-6천만원 선으로 떨어졌다. 총 3천3가구가 동시에 입주하면서 한 달여만에 전셋값이 1천만-2천만원 빠진 것이다. 40평형대는 9천만-1억원에 전세가 나오지만 소화가 되지 않는다. 이 아파트는 입주 한 달이 지난 현재 입주율이 20%선에 그치고 있다. 파주 교하LG공인 관계자는 "싼 전세만 간간이 거래될 뿐 임대수요가 부족해 물건이 적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 물량이 넘치는 것은 분양권이 안팔리자 집주인들이 `울며겨자먹기'로 전세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32평형 분양권의 경우 분양가보다 500만-1천만원 싼 `마이너스 프리미엄'의 급매물도 적지 않다. 금촌동 그린공인 윤훈덕 사장은 "전체 아파트의 70%가 매매나 임대로 나와 있다는 것은 투자수요가 많았다는 증거"라며 "투기지역내 대출기준이 강화됐고, 살던 집이 안팔려 입주를 못한 채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촌동 일대 아파트 전셋값도 교하지구 입주 시작후 500만-1천만원 정도 하락했다. 오는 2월 말 입주가 시작되는 용인시 동백지구도 서서히 전세물량이 부담이 되고 있다. 한라비발디 32평형 전셋값은 8천만원선으로 지난해 말 9천500만-1억원에 비해 1천만원 이상 하락했다. 행복공인 구봉회 사장은 "판교 기대감으로 최근 분양권 매매값이 강세도 돌아서자 당장 입주를 못할 사람들이 집을 파는 대신 전세로 내놓고 있다"며 "30평형대 전세는 6천만-7천만원으로 싼 것만 실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백지구 입주가 가까워오면서 윗동네인 용인 죽전지구 전셋값도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특히 2004년 6-7월 입주했던 죽전지구의 세입자들은 2년 만기가 다가오자 동백지구로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풍공인 주종대 사장은 "죽전지구 입주 초기에 들어온 세입자들은 32,33평형 기준 6천만-7천만원에 전세를 들었는데 지금은 1억4천만-1억8천만원으로 2-3배나 뛰었다"며 "만기가 임박한 사람들은 동백지구의 싼 전세를 찾아 떠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4천여가구가 입주하는 대전시 대덕테크노밸리도 마찬가지다. 한화꿈에그린.신동아 파밀리에 등 30평형대 전셋값은 현재 6천500만-7천만원 선으로 이달 초 7천500만원에서 500만-1천만원 빠졌다. e삼성공인 관계자는 "분양 당시 투자수요가 많은 편이었고, 양도세 등 세금 때문에 팔지를 못해 전세 물량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테크노밸리 입주 여파로 인근 송강동 등지는 역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9천만원에 거래되던 송강동 그린아파트 30평형대 전셋값은 현재 7천만원으로 2천만원 떨어졌지만 거래가 끊겼다. 송강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새 아파트 입주 여파로 인근 지역 아파트의 집주인은 떨어진 전세금 차액을 돌려주지 못해, 세입자들은 제 때 이사를 가지 못해 고통받고 있다"며 "다음 달 대덕테크노밸리의 입주가 본격화되면 당분간 역전세난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