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입찰제 실시로 내년 8월 판교신도시에서 공급되는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가가 분당 등 인근 지역 시세와 직접적으로 연동됨에 따라 이 일대 집값이 도미노 식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지난 28일 입법 예고한 주택법 시행령·규칙에서 판교 중·대형 아파트(전용 25.7평 초과)에 채권입찰제를 적용,채권 매입액과 분양가를 합친 금액이 주변 시세의 90% 수준이 되도록 채권 상한선을 두기로 했다.


이는 채권 매입액을 포함한 판교 중·대형의 실질 분양가가 가장 인접한 분당 등의 시세 90%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 분당 서현동 시범단지의 중·대형 평형이 평당 2000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판교 중·대형의 실질 분양가는 1800만원 선까지 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기준이 되는 분당 집값에 변동이 생기면 채권 상한액이 자동적으로 달라지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 분당 집값과 판교 분양가는 밀접한 관련이 있어 서로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 상반기 판교 중·대형의 분양가가 평당 2000만원에 이를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분당 집값은 급등했고 이는 강남 집값까지 자극했다.


여기에는 "판교가 평당 2000만원이라면 분당이나 강남도 최소한 이 정도 가격은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투자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정부가 판교 중·대형의 분양가 상한선을 사실상 분당 집값을 기준으로 정한 것은 분당 집값이 판교 분양가에 의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현실을 간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판교 중·대형 분양 시기(내년 8월)가 가까워질수록 분당 집값이 개발 기대 등에 힘입어 상승하게 되고 이는 다시 판교 중·대형 채권 상한액을 올림으로써 분양가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와 다시 분당 집값을 올리게 돼 궁극적으로는 강남 집값 상승을 자극하는 악순환이 연출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물론 내년 분당 집값은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 등으로 안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판교 등에 대한 개발 기대감이 워낙 커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분당 정자동 파크뷰공인 임선자 사장은 "선호도가 높은 분당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8·31대책 이후에도 시세가 견조해 시장 상황이 조금만 반전되면 언제든지 다시 뛸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또 판교 중·대형 분양이 내년 8월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질 경우 분당-판교 간 상호 작용 때문에 나중에 분양되는 단지일수록 분양가가 계속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당 야탑동 정도공인 고신우 사장은 "판교 중·대형 아파트는 입주 시기가 되면 평당 3000만원 정도 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판교 분양가가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하게 오를 공산도 있다"고 내다봤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판교 분양시기가 임박할수록 분당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은 자명하다"며 "실제 분당에서는 판교 분양가와 연동된 도미노식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