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개발 업계의 '블루오션 찾기'는 다른 부동산 상품에 비해 일찍 시작됐다. IMF체제 이후 동대문 테마쇼핑몰이 '대박'을 터뜨리자 너도나도 상가시장에 뛰어들어 저마다 차별화한 전략으로 수요자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집중과 선택으로 불황 넘는다 테마 쇼핑몰은 동대문 밀리오레(1998년)·두타(1999년)를 필두로 새롭게 나타난 상가 형태다. 이후 초대형 건물에 젊은층의 수요를 끌어당길 수 있는 특화 아이템과 먹거리·즐길거리를 결합한 상가라는 개념은 빠른 속도로 번져 나갔다. 특정 계층의 특정 아이템을 집중 공략하는 '카테고리 킬러'(테마 쇼핑몰의 다른 이름)는 △어린이용품 전문 '키즈몰' '오키즈 어린이 명품관' '베어캐슬' △애완동물 전문쇼핑몰 '쥬쥬시티' '월드펫21' △한방전문 '불로장생타워' 등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백화점 명품관보다 다양한 상품을 싼 가격에 만날 수 있는 명품 쇼핑몰도 속속 개장을 준비 중이다. 과거 현대백화점 아울렛이었던 서울 반포동에서는 리나쉔떼 명품백화점이 내년 8월께 개장할 예정이다. 신세계는 미국의 유명 명품 아울렛 '첼시'와 손잡고 경기도 여주에서 8만평 규모의 아울렛 매장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1+1,합치면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도심 한복판에서 스키를 즐긴다.' 가상 게임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분양 중인 부천 '스키돔'은 스포츠 분야에 특화한 스포츠센터 겸 테마 쇼핑몰.내부에 270m 길이의 스키 슬로프 3개와 워터파크·골프연습장·피트니스센터 등을 갖췄다. 상가 스스로 자신만의 상권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시대다. 따라서 대부분의 테마상가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비롯해 스키장,각종 공연장 등 집객 효과를 높이기 위해 특화한 업종을 유치하는 데 열심이다. 1998년 국내 최초로 영화관(CGV)을 입점시킨 서울 강변테크노마트는 영화관으로 인한 하루 유동인구를 평일 10만명,주말 15만명 선으로 추산하고 있다. 터미널·역사 등 교통시설과 상가의 결합도 활발하다. 동서울터미널과 결합한 강변테크노마트,용산 민자역사와 결합한 전자제품 전문 쇼핑몰 스페이스나인에 이어 최근 분양 중인 부천고속버스터미널의 '소풍'과 신촌 민자역사 밀리오레 등이 여기에 속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시도도 눈에 띈다. 성남 모란시장역 인근 패션쇼핑몰 '니즈'는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쇼핑몰을 동시에 운영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도 오프라인 물류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용산역 터미널 상가도 지난 봄부터 자체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 '아라보고닷컴'을 운영하고 있다. 금융권과 손 잡고 투자자의 수익을 보장하는 경우도 등장하고 있다. 인천 '메카브'는 은행에서 투자자에게 직접 수익률 보증서를 발급해 준다. ○블루오션을 알아보는 눈을 키워라 하지만 성공적 차별화가 쉽지만은 않다. 최근 8·31 대책의 여파로 상가시장의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지만,실제로는 온라인 시장의 확장과 내수경기 부진으로 인해 냉가슴을 앓는 곳도 부지기수다. 레드오션을 벗어나 새로운 블루오션을 발견하더라도 먹을 것이 없는 '사해'인지 아닌지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상가뉴스레이다 박대원 선임연구원은 "수익률 확정 보장을 내세우는 상가 등이 많지만 분양 후 개발비 명목으로 추가 비용이 드는 경우 등도 있는 만큼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인이 만든 블루오션 전략에 투자하는 것도 좋지만,자신만의 블루오션을 발견하는 눈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상가분양 컨설팅 업체인 우영D&C 조우형 대표는 "후분양제 실시 등으로 인해 상가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아파트 단지내 상가와 택지지구 인근 근린상가도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