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발목 잡힌 국내 주택시장(레드오션)을 벗어나 해외(블루오션)로!'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아파트를 분양 중인 동일토건의 '동일하이빌' 모델하우스에 지난달 말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모습을 나타냈다. 카자흐스탄에서 대통령이 모델하우스를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재일 동일토건 회장으로부터 단지 배치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은 그는 "홈 오토메이션 기능이 편리하고 쓸모없는 공간이 없어 좋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어 "동일하이빌이 카자흐스탄의 주거문화를 한 단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국내 주택건설 업체들의 해외 주택시장 공략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각종 규제로 침체한 국내 신규 분양 시장에서 출혈 경쟁을 벌이기보다 넓은 해외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는 '블루오션' 전략이 필요하다는 공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김홍배 대한주택건설협회 부회장은 "경쟁이 치열한 국내 분양시장에서 살아남은 주택건설 업체들의 해외 경쟁력은 충분하다"며 "해외 곳곳에서 선발 해외 진출 업체들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업계 블루오션 찾아 해외로 최근 해외 주택시장 개척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들은 동일토건 우림건설 월드건설 등 대부분 중견 주택건설 업체들이다. 대형 건설사처럼 토목사업 부문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데다 국내 주택·건설경기 위축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해외 신시장을 개척해 주택을 공급하는 길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들은 특히 국내 건설업체들이 1965년 첫 해외에 진출한 이후 지난 40년간 대형 건설사들이 토목이나 플랜트 부문에서 쌓은 '해외 건설 신화'를 주택 부문에서도 재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총 3000가구를 분양하기 시작한 동일토건 외에 우림건설은 올해 말에 중국 쿤산시에서 1500여가구의 주택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2만5000여평의 사업부지를 확보하고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대원은 지난 1월 베트남 호찌민의 안푸지역에 16층짜리 아파트 3개동 405가구를 착공하고 현재 분양 중이다. 월드건설 역시 호치민에서 주택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조대호 월드건설 사장은 "블루오션은 국내 주택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전략"이라며 "향후 10년 이후를 바라보고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중한 사전준비 필요 하지만 국내 업체들의 해외 주택시장 진출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특히 나라마다 주택 관련 제도나 수요자들의 특성이 다르다는 점에서 국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리스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만큼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새로운 시장이라고 무작정 도전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것.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기본적으로 외국 업체가 큰 수익을 내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게 현지 정부의 일반적인 태도"라며 "불투명한 인·허가 절차는 물론 세금 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로 중국에서 아파트 개발 사업에 의욕적으로 나섰던 모 업체의 경우 예상치 못한 규제에 묶여 기대와 달리 사업에 적잖은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라고 충고했다. 대형 건설업체의 해외 사업 담당 한 임원은 "중국의 경우 토지에 대한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분양 방식과 수익 배분 등에서 국내 시장과 다른 점이 너무 많다"며 "충분한 사전조사와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