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1천㎞ 떨어진 인구 3만의 조그만 해안마을 아쌀루에(Assaluyeh). 16일 이 곳에서 열린 세계최대가스전 사우스파(South Pars)의 가스처리시설 4,5단계 준공식에 참석한 현대건설 임직원들의 얼굴에는 최고 50℃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더위와 싸워이겼다는 뿌듯한 자부심과 함께 작년 9월 일어났던 아찔한 화재사고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4,5단계 4개의 공장중 맨 처음 완공된 제1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간 작년 9월1일 주요 시설중 하나인 플레어 스택(Flare Stack)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 플레어 스택은 공정중 처리되지 않은 가스를 태우는 시설로 정상 가동되지 않으면 자칫 폭발 위험까지 있었던 위기일발의 상황이었다. 2002년 3월 공사를 수주한 이후 일사천리로 이뤄져 이대로라면 약속된 공기보다 2개월 앞선 연말까지는 공사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오히려 플레어 스택을 재설계하고 시공하는 데만 1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약속된 공기에서 6개월 이상 늦어지는 것이 불가피해 보였다. 하지만 위기에서 건설명가 `현대'의 위력은 돋보였다. 우선 정상 가동되는 다른 플레어 스택으로 남은 가스를 모두 돌려 사고 위험을 막는 한편 직원 20여명을 세계 각국으로 파견해 자재를 구하고 자정 가까이까지 작업을 하는 노력끝에 3개월만에 플레어 스택을 다시 세웠고 지난 2월말 모든 공사를 마쳤다. 당초 목표보다는 수 개월 늦춰졌지만 4,5단계 공사는 세계 플랜트 시공 사상 최단 기간인 35개월만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현대건설 안승규 현장소장은 "사고가 났을 때는 정말 아찔했지만 오히려 현대건설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며 "이란 정부와 발주처인 ENI사 모두 현대에 신뢰감을 더욱 공공히 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해외건설 사상 최대액인 16억달러에 현대건설이 수주한 4,5단계 공사는 아쌀루에에서 남서쪽으로 102km 떨어진 걸프만 해저 사우스파 가스전에서 끌어올린 가스를 처리하는 시설이다. 공사부지만 46만평에 달하며 한때 세계 20여개국의 근로자 1만8천여명이 공사 현장 곳곳을 누볐고 연인원으로 따지면 950만명이 이번 공사에 참여했다. 하루 생산량만 5천600만㎥로, 이를 가정용으로만 쓴다면 우리 국민들이 나흘간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한편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현장 곳곳에는 우리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란정부는 지난 98년부터 280억 달러를 들여 25단계로 나눠 추진중인데 현재까지 발주된 1-10단계 공사 중 현대건설이 2-3,4-5단계를 수주했고 LG건설, 대림산업 등 다른 국내 업체들이 나머지 단계에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99년 2,3단계 공사를 수주해 지난 2002년 7월 완공했다. 2,3단계와 4,5단계 공사의 성공적 시공을 바탕으로 현대건설은 이르면 상반기중 시공사를 선정할 15,16단계와 17,18단계 공사 참여를 적극 추진중이다. 현대건설 이지송 사장은 "세계적인 가스처리시설 시공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췄기 때문에 향후에도 추가로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쌀루에=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