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의 시행 방안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부동산 부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이번주들어 서울시내 주요 시중은행 PB(프라이빗 뱅킹)센터에는 대책을 문의하는 부자 고객들의 상담이 폭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싼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세금부담이 지금보다 훨씬 무거워지기 때문에 보유 부동산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따라서 당분간 집값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PB센터 '난리' 국민은행 이장건 세무사는 "어제부터 대책을 세워달라는 고객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올들어 보유세(재산세·종합토지세)가 평균 두 배 올랐는데 내년에 또 두 배 이상 오를 상황이어서 부자들이 동요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PB센터를 이용하는 고객 중에는 올해 1억원 안팎의 보유세를 낸 사람도 더러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시중은행의 PB센터 관계자는 "올해 엄청난 세금을 낸 이런 사람들에게 내년에는 2억원까지 세금으로 내라고 하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 팀장도 "종합부동산세 도입,1가구 3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등의 조치는 부동산 부자들을 정조준하고 있는 조치들이어서 부자들이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며 "아직 매도 등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고 있지 않지만 상담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자들은 평소 자신의 재산 내역 공개를 극도로 꺼리지만 최근에는 재산 목록을 하나도 빠짐없이 가지고 와서 대책을 세워달라며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일선 PB들은 전했다. ◆고가주택 많은 강남이 강타당할 듯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주택 보유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 토지 빌딩 등 중에서 주택의 매매가격이 가장 정확하게 노출돼 있어서다. 현도컨설팅의 임달호 대표는 "아파트의 기준시가는 시세의 80%선이지만 토지 등은 시세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종합부동산세 부과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주택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대우를 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고가주택이 많은 강남권에선 집 2채만 있어도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어서 더욱 그렇다. 이에따라 부동산 전문가들은 '종합부동산세 쇼크'가 강남 등 고가주택 밀집지역을 강타하면서 연말·연시에 인기 주거지역 아파트 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앞으로 시가표준이 가장 낮은 토지의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점쳤다. 부동산퍼스트의 곽창석 이사는 "최근 충남 서산에서 매매가 10억원짜리 토지의 기준시가가 3천만원밖에 안되는 것을 목격했다"며 "여윳돈을 집 대신 땅에 묻어두려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여 등 대책마련 분주 일선 PB들에 따르면 부자고객들은 매도,증여,세부담 전가 등 다양한 대처방안을 모색 중이다. 현재 가장 선호되는 것은 증여다. 보유 부동산을 자식들에게 골고루 증여해 종합부동산세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이다. 종합부동산세는 세대기준이 아니라 개인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부부간 증여를 고려하는 이들도 많다. 노후 단독주택의 경우 허물어버리려는 이들도 등장하고 있다. 나대지 상태가 되면 기준시가가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또 세금을 세입자들에게 전가시키려는 이들도 있다. 김근호 하나은행 세무사는 "목좋은 곳의 상가를 가진 이들은 세금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