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은 우리 경제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고용없는 성장시대'를 극복하는데 가장 적합한 대안으로 꼽힌다. 일자리 창출효과가 어느 산업보다 크고 지속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이태백' '삼팔선' 등으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의 청.장년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설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외치는 연유다. 하지만 건설산업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후진적 고용구조를 먼저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등 선진국처럼 확실한 건설인력 양성체계와 고용구조를 갖추는게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고 꼽히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용직 위주의 불안정한 고용체계,열악한 근로환경과 복지혜택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자리 창출효과 산업계 '으뜸'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건설업의 경우 1조원의 신규 투자로 2만8백여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이는 제조업의 1만4천4백여개보다 30% 이상 많은 것이다. 특히 1조원 투자로 고졸 이상의 고학력자 1만4천7백여명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업의 취업유발계수도 20.8(10억원을 투자했을 때 20.8개의 일자리 창출)로 제조업의 14.4보다 무려 6.4포인트 높다. 1백억원을 똑같이 투자했을 경우 건설업이 제조업보다 64명의 일자리를 더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정부는 올해 공공건설투자를 당초 82조원에서 85조원으로 늘려 경기부양과 민간투자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될 경우 6만개의 일자리가 생겨 전체 실업자 82만5천여명의 7%를 흡수하게 된다. 민간 건축 부문까지 합치면 올 한 해 건설업이 새로 만들어낼 일자리는 16만여개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은행(IBRD)에서도 한 국가가 매년 일정 규모의 고용창출과 생산성 증가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정도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인력 수급구조부터 개선해야 국내 건설산업은 아직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는 빛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심각한 인력 수급 불균형으로 일자리 창출은커녕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건설산업은 특히 건설인력의 고령화라는 난제를 안고 있다. 젊은 인력의 신규 유입이 거의 끊기면서 건설 기능인력의 고령화는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96년 건설 기능인력의 평균 연령은 41.1세였으나 작년 초에는 47.4세로 6.3세나 높아졌다. 신규 인력 공급이 제대로 안되면서 숙련공 수는 늘어나고 비숙련공 숫자가 갈수록 줄고 있다. 인건비 상승의 요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예측에 따르면 국내 건설산업은 2005년 1백45만명,2010년에는 1백67만명의 기능인력을 필요로 하게 된다. 하지만 기능인력의 신규 유입은 정체상태여서 오는 2008년에는 최고 15만명의 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추세라면 10년 후에는 건설 기능인력 고갈로 건설산업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지도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실업자들도 건설현장 취업은 외면 취업 대기자들이 건설산업을 외면하는 것은 열악한 근로환경,고용불안정,장래비전 부재,취약한 복리후생 등 건설 근로시장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현재 건설업계 기능인력 가운데 70∼80%가 임시직 또는 일당직 등 비정규직으로 취업하고 있다. 직업훈련기관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그나마 정부의 지원이 미약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직업훈련도 형식에 그치고 있어 현장에서 재교육을 받아야 할 정도다. 복지혜택도 건설근로자공제제도와 건설근로자 고용개선에 관한 법률 등에서 시늉만 내는 정도라는 게 현장 근로자들의 주장이다. ◆전문적 기술인력 양성체계 마련해야 건설 분야 기능인력난을 해결하고 고용창출 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건설인력 양성기구 설립과 효율적인 공급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근무환경과 복지혜택을 대폭 개선,3D산업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젊은 실업인구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문이다. 정재호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업고등학교와 이공계 대학,직업전문학교 등을 통해 연간 1만8천여명의 건설 기능인력이 배출되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이 현장에서 요구하는 기능 수준을 갖추고 있지 못할 뿐더러 또한 건설업 종사를 기피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현장 적응교육을 실시하고 비전을 심어줄 수 있는 중간 교육기관의 설치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