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세기 동안 국가경제의 성장동력 역할을 해온 건설산업이 세계시장에서는 경쟁력 저하,국내에서는 낙후된 산업구조에 발목이 잡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다 검은 돈과 관련된 비리와 부실시공이 잊을만 하면 터져 나온다. 경기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타 산업에 비해 훨씬 크지만 정작 국가와 국민들로부터는 푸대접을 받는 연유다. 산업계 내 위상도 갈수록 처지고 있다. 그래서 건설업계 종사자들은 "공룡 덩치에 생쥐 대접을 받는다"고 억울해 한다. 국가 중추산업의 위상을 찾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정부와 업계,학계 모두가 중장기 차원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 중추산업 역할 수행해야 한국 건설은 광복과 한국 전쟁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군 경제부흥의 주역이었다. 지금까지 고속도로 2천5백40km,공항 17개소,댐 1천2백15개소 등의 기간시설을 건설했다. 매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평균 15%이상이고 국가 전체고용 비중에서도 8%를 넘어설 정도로 경제가치가 높은 산업분야다. 한국의 건설시장 규모도 세계적이다. 미국의 경제컨설팅업체인 글로벌인사이트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한국건설시장 규모는 2002년 8백95억달러,작년에는 9백51억달러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세계 11위에 올랐다. 향후 5년간 평균 6.3%의 증가율을 보여 2005년쯤에는 스페인을 따돌리고 세계 10대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해외수출을 통한 경제 기여도 눈부셨다. 65년 처음으로 태국에 도로공사를 시작한 이후 2002년까지 3백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여 효자산업으로 부상했다. 20세기 만리장성으로 불리는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비롯 말레이시아 페낭대교와 페트로타스타워(86층),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등은 세계를 놀라게 한 프로젝트였다. ◆여전히 위기상황,재도약 몸부림 있어야 최근 2∼3년간 부동산경기 호황으로 건설업은 반짝 회복됐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지난해 건설업체가 따낸 공사물량은 1백2조4천4백억원어치로 97년의 79조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외형으로만 보면 안정상태인 듯하나 속내를 보면 사정이 다르다. 작년 건설수주는 공공공사가 32조2천억원,민간공사물량이 70조3천억원으로 공공공사가 민간건축공사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부동산시장 과열로 급팽창한 민간건축 부문은 '거품성'이 강해 불안정성이 항상 내재돼 있다. 더욱이 외환위기 이후 건설업계 모두가 주택시장에만 매달려 생존경쟁을 하느라 대형업체들마저 주택사업 비중이 30∼50%에 달할 정도다. 토목이나 대형구조물에 대한 기술축적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건설업계의 고질적 문제점인 후진적 경영시스템,국제경쟁력 약화,해외건설시장 몰락 등도 과제로 남아있다. 해외시장 상황도 악화일로다. 97년 1백40억달러에 달했던 수주물량이 작년엔 36억달러로 급락했다. 세계시장 점유율도 70∼80년대 5%선에서 최근엔 2∼3%선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경영의 투명성 확보,기술력 강화,건설생산·발주체계 선진화,건설과정의 부정·비리 일소 등 대대적인 혁신노력 없이는 '21세기 주력산업'으로의 재도약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