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월29일 내놓은 부동산 대책은 금융, 세제, 주택 등을 총망라했다는 점에서 다른 과거 부동산시장 안정대책과 구별된다. 아울러 단기, 중ㆍ장기로 나눠 대책을 내놓은 것도 특징이다. 그러나 이번 종합대책 역시 바로 시행될 수 있는 초단기 대책이 없는 것이 단점이다. 극히 일부 대책을 제외하고 입법과정에서 변수가 상존해 있다. 이번 조치가 시장에서 영향을 발휘하려면 이르면 내년 초께나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주택거래허가제, 1가구 1주택 비과세 폐지 등 중장기 대책 역시 위헌요소뿐만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내용도 적잖아 정부 의지대로 제때 시행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10ㆍ29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다. 우선 주택분야에서는 연내에 주택거래신고제를 도입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주택거래허가제 적용에 나서겠다는 것. 또 투기과열지구를 광역시 및 도청소재지로 확대하고, 주상복합도 전매제한 대상을 현행 300가구에서 20가구 미만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주택 우선공급비율을 현행 50%에서 75%로 확대하는 것도 주택분야의 대책 중 하나다, 세제부문에서는 1가구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 양도소득세 세율을 60%로 올리고, 투기지역 내 2주택 보유자에 대해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아울러 종합부동산세 부과시기를 당초 2006년에서 2005년으로 1년 앞당기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금융부문에서는 투기지역 내 주택담보대출비율을 종전 50%에서 40%로 하향조정하는 것이 담겨져 있다. 주택ㆍ금융ㆍ세제 등 여러 분야에서 대책이 발표됐지만, 바로 시행될 수 있는 것은 극히 드물다.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담보대출비율 하향 조정과 투기과열지구를 광역시 및 도청소재지로 확대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들 조치는 금융감독원의 지침과 건설교통부의 고시로만 가능해 즉시 시행할 수 있다. 반면 그외 대책들은 법개정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된다. 주택거래신고제의 경우 새로 법을 제정하거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주택법’을 개정해야만 실시할 수 있다. 주상복합 전매 제한 강화도 법개정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내년에나 시행할 수 있다. 세제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양도세 탄력세율 적용, 3주택 보유자 양도세 중과세 등의 조치도 소득세법 혹은 시행령 개정 등의 순서를 남겨놓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 의지대로 관련 법개정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가정했을 때 이들 조치가 시행되는 시기는 이르면 올해 말이나 혹은 내년 초가 된다. 입법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시행시기가 늦춰지거나 당초 원안이 바뀔 여지도 상존해 있다. 아울러 이번 10ㆍ29 대책의 경우 ‘보유세’ 강화안이 제외돼 있다는 것도 맹점이다. 당초 보유세를 대폭 인상하려 했으나 행정자치부와 일선 지자체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보유세와 관련, 종합부동산세 도입시기를 당초보다 1년 앞당긴다는 것이 고작이다. 이에 덧붙여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대책으로 내놓은 △강북 뉴타운 조기 조성 및 국가 지원 △광명역 등 고속철도 주변 주택지 개발 △공공임대주택 150만가구 건설 등은 이미 나왔던 정책을 다시 한 번 발표한 것에 불과하다. 이번 대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택거래신고제. 주택거래허가제는 위헌소지 등이 있어 장기 추진과제로 남겨두고 신고제를 내년 초에 실시하겠다는 것. 하지만 이는 매매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실거래가를 파악해 과세자료로 쓰기 위한 제도이므로 즉효를 보기는 어려울 전망. 결국 실거래가 과세기반이 완결되는 내년 하반기에나 그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나마 효과가 기대되는 것은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강화 방안이다. 내년 시행에 앞서 연내에 매물을 처분하려는 매도자들이 크게 늘어나 단기적으로 집값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잦은 부동산 안정대책에 ‘내성’이 생긴 주택시장에서 이 같은 조치가 집값 안정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이에 대해 일선 중개업소 및 전문가들은 ‘우려 반, 기대 반’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진권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양도차익을 100% 환수하지 않는 한 투자심리는 잠재우기 어렵다”며 “비과세 조항이 남아 있는 한 집값 상승에 대한 투자요인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실제 정부가 내놓고 싶은 대책은 2단계 대책인 중장기 조치였다”며 “주상복합 전매기준 강화를 즉시 시행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고, 리츠 등 다른 분야로 돈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것도 단점이다”고 설명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대책 발표 이후 시장이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정부가 또다시 대책을 내놓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이종배·서울경제신문 기자 ljb@sed.co.kr .............................................................................. [ 돋보기|발표 뒷이야기 - 주택거래신고제 갑자기 추가돼 ] ‘10ㆍ29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발표되면서 건설교통부, 은행연합회관 기자실에는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는 등 갖가지 뒷이야기들이 쏟아졌다. 당초 보도자료에 없던 ‘주택거래신고제’가 갑자기 발표됐다. 기자들은 부랴부랴 내용확인에 나섰고 건교부 주택국 실무자들은 ‘그런 내용은 계획에도 없었고 논의조차 되지 않은 사항’이라는 답변으로 혼선을 빚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기자들은 재정경제부로 진위여부를 점검한 결과, 한장짜리 자료가 추가로 발표된 것을 확인했다. 건교부 실무자도 이를 확인하고 1시간 후 기자들에게 추가로 설명하는 혼란이 벌어진 것이다. 사실 확인 결과 내용은 이랬다. 경제부총리, 각부 장관이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논의하던 중 ‘주택거래신고제’를 한 장관이 제안했고 실무에 대한 논의 없이 전격 결정돼 발표됐던 것이다. 문제는 해당 부처 실무선에 이 같은 내용을 알려 해당 부처 기자들에게 설명해야 했지만 그런 절차가 없었던 것이다. 경제부처간에 손발이 안 맞는 모습도 보였다. 이 같은 해프닝은 대책발표 전에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핵심대책들이 모두 보도됨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기도 했다. 실제 언론들은 지난 10월13일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강력한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서라도 부동산가격을 잡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나올 수 있는 모든 대책을 기사화하기 시작했던 것. 때문에 정부가 내놓을 안 가운데 새로운 게 하나도 없었다는 고민이 반영돼 주택거래신고제가 급조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로 인해 시행시기를 놓고도 오락가락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당초 김진표 부총리는 연내 시행방침을 밝혔지만 법개정 등의 물리적인 시간을 감안할 때 무리라고 판단, 내년으로 시행시기를 늦추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