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0·29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에 대해 시장(市場)은 비교적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주택거래신고제 도입과 관련,일부 수요자들이 문의를 해오기는 했지만 그동안 언론을 통해 대부분의 내용이 알려졌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큰 동요를 일으키지 않았다"고 일선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1가구 3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重課)'조치에 대해 당혹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은 더욱 깊은 관망세로 돌입하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권 조용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매수세 유입 서울 강남권 대부분 지역은 기존 아파트 및 재건축아파트 등 종목에 상관없이 썰렁한 분위기였다. 서초구 반포동 에덴공인 김성일 대표는 "커다란 가격 변동이라든가 매수·매도 문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재건축아파트의 메리트가 크게 떨어져 인근 잠원동이나 청담동 30평형대로 이사가고 싶어하는 주민들이 많은데 기존 아파트값은 하락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때 7억5천만원에 고점을 찍었던 반포 주공 3단지 16평형은 6억원까지 주저앉았다. 강남구 개포동 소재 부동산닥터공인 관계자는 "가끔 걸려오던 문의전화마저 뚝 끊길 정도로 차분한 하루였다"며 "재건축아파트의 경우 3채 이상 보유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양도세 중과정책이 실현되기 이전에 처분하려는 집주인들이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경우 재건축아파트값이 추가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강동구 고덕동 한성공인 서문경 사장은 "통상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6개월∼1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꾸준하게 나타난다"며 "시장 분위기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매수세가 유입된 지역도 일부 눈에 띄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공인 관계자는 "'가격이 더 내려가면 사겠다'는 매수대기자와 '팔았는데 더 오르면 어떡하나'라는 집주인간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며 "정부의 대책 발표 내용을 지켜본 후 사겠다는 의사를 밝힌 투자자도 몇 있었다"고 전했다. ◆실수요 두터운 목동과 분당에서는 '기대반 우려반' 강남권 아파트시장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목동과 분당신도시 등도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일선 중개업소에서는 목동이나 분당의 경우 대기 수요층이 두텁기 때문에 양도세 인상이 오히려 매물 부족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목동 3단지 Y공인 관계자는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당한 자금여력이 있기 때문에 양도세에 부담을 느낄 경우 매물을 내놓지 않을 수 있다"며 "이 경우 실수요가 많은 중형 아파트 가격이 오히려 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근 T공인 대표도 "이번 대책으로 가수요 차단에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주택담보대출 축소는 일반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3∼4개월 새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오른 분당신도시에서도 큰 폭의 가격 조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의 중개업소들은 토지 공개념 등 당초 예상했던 강도 높은 대책이 빠져있어 당장 집값 하락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당 정자동의 W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꺾일 만한 충격적인 대책이 없어 아쉽기는 하지만 시장 안정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불확실성 제거되면서 안정세 유지될 듯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미 '재료'가 시장에 반영된 상황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큰 폭의 가격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RE멤버스의 고종완 사장은 "10·29대책으로 가격 상승요인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며 "투기세력이 없어지면서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지역에선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매수세가 유입될 수도 있다"고 내다보는 전문가도 있었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팀장은 "그동안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시장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졌다"며 "지금까지와 같은 가격 급등세는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서서히 가격이 안정되는 국면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호·송종현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