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말 건설교통부와 여당은 유력한 신도시 후보인 판교개발을 놓고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두고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개발 필요성을 강조한 건설교통부는 한껏 싸늘해진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해 ‘불쏘시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대안으로 거론된 것은 바로 건설시장 활성화와 판교신도시 개발. 불과 3년이 지난 2003년 현재, 판교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수면 위로 급부상했고 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다. 과거에는 시장 활성화의 도화선이었다면 현재의 판교는 강남 아파트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마지막 보루로 입장이 확 바뀌었다. 개발 논의가 이처럼 분분한 배경에는 판교가 갖는 뛰어난 ‘상품성’이 자리잡고 있다. 한마디로 ‘판교만큼 주거와 투자가 적절한 돈 되는 곳도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자족ㆍ환경ㆍ특급주거지’ 목표 판교신도시는 경부고속도로 판교IC를 중심으로 경부고속도로와 외곽순환도로가 만나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분당과 강남의 중간에 위치해 있고, 10km 권역 내에 과천, 의왕, 수원, 용인시와도 가깝다. 판교개발이 어떻게 밑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다소 편차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입지 측면에서는 강남과 분당의 고급수요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태다. 강남급 대체 주거지 성격이 강한 판교개발은 ‘3핵 4매듭’이란 독특한 개발방식을 축으로 삼고 있다. 먼저 3핵이란 그동안 서울에만 편중된 업무시설을 수도권 남부로 대거 이전하는 방안, 친환경을 염두에 둔 도심개발, 이를 바탕으로 한 강남급 주거지 조성을 뜻한다. 4매듭은 이러한 3핵을 측면 지원해 주는 구체적인 개발내용으로 자족을 기능을 높이기 위한 대규모 벤처시설 유치, 생태녹지 네트워크 조성, 지속가능한 교통체계 구성, 우수한 교육여건 조성을 통한 특급주거지 개발로 세분화할 수 있다. 총 280만평 규모로 개발되는 판교신도시는 크게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동판교와 서판교로 나눠 ‘3핵 4매듭’의 기본 개발 구성에 맞춰 각각 개발된다. 판교 중심거리가 자리잡는 동판교는 신설 판교역사를 중심으로 용적률 150% 선의 중밀도 아파트 단지 조성을 개발의 축으로 삼고 있다. 주거 수요가 탄탄할 것으로 점쳐지는 벤처시설은 동판교 상단지역 분당~내곡간 고속도로 진입 부근에 총 20만평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이에 따라 동판교는 ‘주거와 자족기능이 고루 갖춘 지역’이란 당초의 개발목표를 충족시킬 것으로 점쳐진다. 반면 경부고속도로 왼쪽에 위치할 서판교는 고급주거지 개발로 ‘자족기능이 동판교에 덜하다’는 취약점을 보완한다는 복안이다. 용적률 80% 수준인 단독택지가 들어서는 등 전체적으로 120% 용적률에 맞춰 개발되는 서판교는 판교신도시에 공급될 중대형 아파트가 집중 포진돼 고급주거지로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갖출 계획이다. 판교신도시는 동ㆍ서판교에 걸쳐 총 9개의 소생활권역과 2개의 동ㆍ서판교 중심상업지구를 도심개발의 축으로 삼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각 소생활권에는 1개의 초등학교 설치를 원칙으로 삼고 2~3개를 묶어서 우체국, 파출소 등 근린시설과 중학교 4곳, 고등학교 5곳을 배치한다. 서현역세권과 동일선상에 위치한 동판교 중심상업지구는 신분당선과 여주~성남 복선전철의 환승하는 판교역사를 중심으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환승역 개발과 판교의 관문이 될 전망이어서 주변지역에 관심도는 그 어떤 곳보다 크다. 반면 운중동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서판교 중심상업지구는 총 2만여평의 근린상업용지를 배치하고, 교육 관련 사업을 유도해 동판교 중심상업지구와의 형평성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에듀타운건립’이 건교부와 교육부 등 각 부처간 이견으로 사실상 백지화된 상태여서 추후 개발의 밑그림이 어떤 식으로 그려질지는 좀더 두고 봐야할 상황. 판교신도시 개발 3핵의 한축인 벤처시설 조성은 경기도와 중앙부처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청사진 마련에 분주하다. 판교벤처시설에는 벤처기업 2,000여개, 연구소 10~20여개, 이를 지원할 벤처캐피털회사 200여개를 유치해 약 3만명 규모의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게 정부와 경기도의 복안이다. 판교신도시 청사진의 또 다른 핵심포인트가 바로 ‘친환경’ 개발이다. 수용인구 8만9,000명으로 ha당 96명에 불과하다. 전체적인 용적률은 당초 100%선에서 150%선으로 상향 조정됐지만 분당의 평균 용적률이 185%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다. 교통망 사업도 난개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세밀한 접근’을 모색했다. 판교신도시사업단 백승오 과장은 “판교를 축으로 분당, 서울, 과천, 용인 일대 접근이 수월하게 교통망을 짤 계획”이라며 “판교 교통망 개발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주변 일대로 파급될 수 있는 광역교통망 수준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판교신도시 교통망의 핵심은 광역교통개선대책으로 영덕~양재간 도시고속화도로를 민자로 건설하고 신분당선 전철(분당~판교~강남)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신도시와 여수대교 탄천변 도로를 연결하는 4차로 1.5km를 신설, 서울시계의 헌릉로로 이어져 서울 강남권과의 이동이 쉬워진다. 또 판교IC를 개선하고 국지도 23호선 용인~판교 도로도 8차선으로 확장된다. 이외에 국지도 57번 우회도로 확충, 신분당선 판교역의 대규모 환승센터 조성, 광역버스 및 버스전용차로 도입 등으로 대중교통망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당첨만 되면 ‘황금알’ 가능성 커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들어설 아파트는 당초보다 1만가구 가량이 늘어나 모두 2만6,400여가구에 달한다. 여기에 3,300여가구는 단독주택으로 조성돼 총 2만9,700여 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우선 청약방법과 투자수익부터 타진해 보자. 판교신도시에는 국민임대 6,000가구를 포함한 전용면적 18평 이하 소형아파트는 9,500가구, 18~25.7평 이하 1만100가구, 중대형인 25.7~40.8평 이하 5,800가구, 40.8평 이상 1,000가구 등이다. 투자수익을 가늠하는 데 있어 핵심포인트는 단연 아파트 분양가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지난 8월24일 판교신도시 아파트 분양가를 평당 860만원이라고 공언했다. 32평형을 분양받을 때 분양가격이 대략 2억7,520만원선. 인근 분당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평당 1,000만원, 강남이 평당 2,300만원선인 점을 감안하면 판교신도시 아파트 당첨은 그야말로 ‘황금알’이 되는 셈이다. 설령 분양가격이 택지조성 과정에서 상승한다고 해도 현장에서는 뛰어난 입지와 신규 아파트 등을 고려할 때 평당 1,100만~1,200만원선까지는 가격경쟁력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어마어마하게 치열할 청약경쟁률이다. 이곳에 들어설 아파트 2만6,400가구 가운데 6,000가구는 국민임대주택으로 지어져 성남시 거주 저소득층에게 공급된다. 나머지 2만400가구는 일반인 몫이다. 일반에 공급되는 2만400가구 중 30%인 6,120가구는 지구지정일인 2001년 12월26일 이전부터 분양공고일까지 성남시에 거주한 사람에게 우선 배정된다. 나머지 1만2,120가구가 성남시를 포함, 서울 및 수도권 거주자에게 돌아간다. 건교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청약통장 가입자수는 청약예금, 부금, 저축 1~3순위를 모두 합쳐 성남시는 28만1,638명, 수도권은 418만7,261명선. 따라서 성남시 ‘지역 우선 할당 물량’인 6,120가구를 성남시 거주자에게 배정하면 평균경쟁률은 46대1이고, 나머지 1만4,280가구에 대한 수도권 거주자 경쟁률은 현재 227대1에 달한다. 그러나 이 수치는 현시점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신규 가입자까지 합세할 경우 경쟁률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판교신도시 아파트 분양은 2005년 초 시범단지 2,000여가구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 등 수도권 거주자가 현시점에 통장을 개설할 경우 2년이 지난 2005년 9월 이후 분양되는 물량에 청약할 수 있다. 서울지역 거주자의 경우 25.7평 이하 민영아파트에 청약하려면 200만원, 그 이상은 평형별로 300만~500만원을 예치해 두면 된다. 판교신도시 진입의 또 다른 코스로 떠오른 게 바로 단독주택지 대토(代土) 매입이다. 판교 수용지구 내 단독주택이나 근린주택이 주목받는 데는 신도시 개발을 전후해 주택당 평균 70평 안팎의 근린생활시설 택지를 불하받는 권리, 속칭 딱지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매입자 중 상당수는 이 딱지를 매입한 후 나중에 원매자의 명의를 빌려 토지를 불하받는다는 계획을 세우거나 개발 전 웃돈을 받고 되파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런 투자방식에 대해 현지 중개업소조차 ‘무리수’라고 단정짓는다. 현재 수용지구 내 단독주택 가격이(70평 기준) 3억5,000만원선. 분양금액(3억9,200만원)을 더하면 7억5,000만원의 돈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향후 근린생활토지의 예상 분양가격이 평당 1,000만원선(70평 기준 7억원)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라 대토 매입은 ‘배보다 배꼽이 큰 격’인 셈이다. 분당 이매동, 수지 1ㆍ2지구 ‘후광’ 판교만큼 주변 일대에 반사이익을 미칠 곳도 드물다는 게 현장의 이야기다. 이런 이유로 신분당선을 통해 판교신도시와 연결되는 분당 이매역이나 정자동, 수지 1ㆍ2지구 일대 아파트를 투자 차선책으로 삼으라는 주문도 많다. 이를 반영하듯 이매동 일대나 정자동, 용인 수지 일대 아파트 가격은 최근 들어 가격급등 양상을 나타냈다. 이매동 아름삼호 31평형은 최근 한달 동안 6,000만원이 올라 3억8,000만~4억3,000만원의 시세를 나타냈다.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여전히 투자매력이 있는 곳이다. 자금에 대한 부담이 크다면 분당구 정자동 일대 아파트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느티마을 공무원 3단지 26평형은 2억4,000만~2억7,000만원선이고, 상록마을 라이프 28평형은 2억7,000만~2억9,000만원선으로 자금부담이 덜하다. 신분당선 2단계 구간인 용인 수지 1ㆍ2지구도 장기 투자처로 제격이다. 현재 수지 1지구에 위치한 삼성 1차 38평형은 2억6,000만~2억8,500만원선이고, 2지구 내 공무원 33형은 2억2,000만~2억8,000만원선에 매입이 가능하다. 윤진섭ㆍ부동산뱅크 기자 yjs@neo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