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공장부지 사원주택 등 부동산을 경쟁적으로 매각하고 있다. 개인들의 아파트 등 부동산투기 열풍이 서울에서 지방으로 확산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기업들은 개인 매수세에 편승,그동안 팔리지 않았던 지방의 사업용 부동산을 팔아치우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들이 경기침체 장기화와 제조업 공장의 중국 이전 등으로 사업용 부동산이 남아돌거나 추가 확보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부동산 처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기업들이 과거엔 도시화된 지역의 공장을 비싸게 팔고 외곽으로 이전했으나 이제는 아파트 부지로 팔고 현금을 챙긴 다음 제조업을 포기하거나 중국으로 옮겨간다"고 전했다. SK㈜는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용연공단 10만여평의 신증설부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는 당초 이곳에 사업비 8천5백억원을 들여 대규모의 중질유 분해 및 탈황시설공장을 건립할 계획이었다. 인근에 5만여평의 부지를 확보해 놓은 SK케미칼도 매입 희망자가 나서면 팔기로 했다. 대우인터내셔널도 옛 대우그룹의 모태인 부산공장과 양산공장 부지를 잇따라 매각했다. 최근 부동산시행사인 ㈜체이스개발에 부산공장(2만9천평ㆍ해운대구 반여동)과 양산공장(1만6천평ㆍ양산시 유산동) 부지를 1천3백88억원에 매각키로 계약을 맺었다. 체이스개발은 이곳에 대규모 아파트를 지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들도 아파트 건설붐을 타고 공장과 부지를 앞다퉈 팔고 있다. 인천시 남구 용현동 소재 D섬유업체는 공장 주변지역이 아파트 단지로 변화하자 5천여평의 공장 전체를 아파트 용지로 매각했다. 인근의 학익동 일대 공장들도 부동산 열기에 편승해 30여만평의 공장 땅을 아파트 용지로 팔아치우고 있다. 효성 울산공장은 최근 사택부지 9천여평을 롯데건설에 아파트 건설부지로 팔았다. KG케미칼은 온산공장 사원용 아파트인 주공아파트 18가구(2백42평)를 민간 건설업체에 매각했다. 석유화학업체인 ㈜한주도 남구 옥동 191의 1 일대 사택용 아파트 1백90가구와 부지 6천4백여평을 매각하기로 했다. 동서석유화학도 현재 재건축이 진행 중인 사원 아파트 20가구를 매물로 내놓았다. 삼성석유화학도 지상 5층 부지면적 2천5백평 규모의 사택과 기숙사 부지 9백80여평을 지역건설업체에 매각했다. 삼성정밀화학과 대한유화 등 석유화학 회사들도 사택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 무역학부 김창수 교수는 "기업들이 사업용 부동산을 팔아치우는 것은 산업성장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라면서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개인 부동산투자시장의 거품 붕괴도 시간 문제"라고 경고했다. 김태현ㆍ김희영ㆍ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