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미수채권 회수를 위한 가칭 `워싱턴클럽'창설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현대건설이 언제쯤 미수채권을 회수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현대건설이 이번에 워싱턴클럽 창설을 주도하고 나선 것은 이라크 미수채권 회수를 위해 개별기업 차원의 노력과 함께 국제적인 공조를 병행하겠다는 것으로풀이된다. 워싱턴클럽을 통해 이라크 미수채권의 존재를 미국 등 국제사회에 다시 한번 인식시킨 뒤 회수노력을 본격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이라크 미수채권 가운데 국가간 부채는 파리클럽에서, 은행 등 금융기관 부채는 런던클럽에서 각각 다뤄 왔으나 공사대금을 비롯한 민간채권의 경우 정치적인 이해가 얽히지 않은 순수채권임에도 불구, 이렇다 할 구심점이 없어 채권업체들이 제목소리를 내지 못했었다. 따라서 현대건설은 이번 기회에 이라크 미수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민간기업들의모임을 만들어 개별 기업별 채권을 확정하고 나아가 조기회수를 위해 공동의 노력을기울인다는 계획이다. 현재 워싱턴클럽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기업은 현대건설을 필두로 일본과 인도,터키, 유럽 등 7∼8개국의 20여개 업체로 이들 기업의 채권규모는 전체 이라크 민간채권(100억달러)의 약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연말께면 워싱턴클럽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워싱턴클럽을 통해 이라크 미수채권이 무기거래 대금이나 옛 이라크정권과는 관련이 없는 순수 민간채권으로 탕감이나 `롤오버'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킨 뒤 가급적 빠른 시일안에 이라크 미수채권을 전량 회수한다는계획이다. 이같은 역할은 주로 미국의 고문 법률회사인 `아킨 검프'(AKIN GUMP)가 맡게 되는데 아킨 검프 측은 이미 미국 조야의 유력 인사들과 접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건설이 줄곧 "이라크 미수채권을 헐값에 조기매각하지 않고 제값을 받고 팔겠다"고 밝히는 것도 이같은 노력이 충분히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지송(李之松) 현대건설 사장은 이와관련해 2일 "이라크 미수채권을 회수하지못한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면서 "언제, 얼마나 제값을 받느냐가 관건으로, 미수채권을 서둘러 매각하기 보다는 철저한 준비작업을 거쳐 제값을 받도록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이지송 사장 일행이 이번에 미국을 방문하자 몇몇 국제 금융기관들은 벌써부터 현대건설의 이라크 미수채권을 30% 선에서 사겠다는 제의를 해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조급해 하지 않고 기다리면 현대건설 미수채권의 가격은 더올라 갈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현재 곳곳에서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이르면 내년 봄쯤이면 회수가능한 채권규모 등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건설이 이라크 미수채권 회수를 낙관하고 있지만 변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대건설의 이라크 미수채권이 정당한 것이고 미국 법정에서 재판을 통해 권리를 인정받은 것인기는 하지만 채권회수 여부는 국가간, 기업간 협상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자칫 이라크 채무조정과 관련된 국제협상에서 현대건설의 이라크 미수채권이 일반채권과 같이 탕감대상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외건설 업계에서는 "이라크 미수채권은 일개 기업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다뤄야 할 문제"라며 "기업과 정부가 이라크 미수채권의 회수를 위해 긴밀한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기자 sims@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