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인 A씨는 최근 1급 PB 고객의 요청으로 이 고객이 소유하고 있는 제주도 소재 토지를 매각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했다. 보유 중인 토지의 현금화 여부를 고민하고 있던 해당 고객의 특별요청이 있었던 것이다. 이 고객 소유의 수십만평 규모의 땅을 팔기 위해 제주를 답사한 A씨는 해당 토지의 매각이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자식들에게 증여할 것을 권했다. A씨가 해당 토지를 매각하지 말고 자식들에게 증여할 것을 권유한 이유는 간단하다. 팔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지 면적이 골프장을 건설하기에 딱 적당한 규모여서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W건설에 매입해줄 것을 의뢰했지만 '청정지역'인 제주도의 특성상 각종 규제가 겹쳐 있어 팔기가 쉽지 않았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현금만 10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큰손'들의 제주도에 대한 관심은 각별하다. 은행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한 시중은행 PB는 "10명 중에 1명 꼴로 제주에 땅을 대규모로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규 투자에 대한 의욕도 대단하다. 또 다른 은행 PB는 "언론을 통해 각종 개발재료가 발표될 때마다 '매입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사를 타진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제주도에 대한 큰손들의 이같은 구애(求愛)는 말 그대로 "일방적인 '짝사랑'에 머무는 수준"이라는 게 일선 PB들의 설명이다. 설사 매입한다고 하더라도 이중,삼중의 규제로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게 큰손들의 제주 사랑을 일방적인 '구애'로 규정하는 이유다. 실제로 정작 제주도에 거주하는 상당수 도민들의 경우 도내 토지 투자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 게 현실이다. 최근 도민들을 대상으로 부동산재테크 강의를 하기 위해 제주도를 방문한 한 PB는 "지역주민의 경우 자신들이 사는 곳의 땅 투자에 대해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PB의 강의에 참여한 한 주민은 "'묻지마 땅 투자'로 큰 돈을 번 것은 외지인들뿐이며 지난 수십년간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던 제주도민 가운데 이득을 본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한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