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판교동 일대 신도시 예정지에 투기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서울 강남의 주택 수요를 흡수,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 줄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판교 일대가 강남 못지 않은 투기장으로 전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A3면 판교에 투기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정부가 이 곳의 개발계획을 일부 변경,중·대형 평형 아파트 가구를 늘리고 학원단지를 추가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강남의 '큰 손'들이 몰려들면서 신도시 개발 예정지 내 '딱지'(원주민에게 주어지는 단독택지 분양권 및 아파트 입주권)는 매물이 없을 정도로 값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게다기 부동산중개업소들이 "큰 물에서 겨루는 투자게임이 시작된다"며 가수요를 부추겨 신도시 개발 예정지 주변의 땅값까지 덩달아 치솟고 있다. 17일 토지공사와 판교 일대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올해 초 3억원을 밑돌던 딱지값 호가가 최근 3억5천만~3억7천만원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원주민들이 매물을 회수해 문의만 폭주할 뿐 실제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판교동 동판교부동산컨설팅 이규락 사장은 "지난해만 해도 2억원대의 딱지 급매물이 간혹 나오곤 했지만 최근엔 강남권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호가만 오를 뿐 매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부고속도로 궁내동 톨게이트에서 남서울골프장까지 이어지는 수지~판교간 국도변의 상가는 올해 초 평당 8백만원 안팎이었으나 최근 1천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판교신도시 후광 효과가 기대되는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금토동과 분당구 궁내동 일대의 땅값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특히 강남과 판교신도시를 잇는 시흥동 일대의 땅은 가격도 묻지 않고 사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다. 한국도로공사 본사 인근 도로변 토지는 이미 평당 7백만~8백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올해 초보다 50%가량 오른 수준이다. 시흥동 중앙개발컨설팅 이광준 사장은 "정부 발표 이후 매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며 "이젠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사고 팔 땅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가수요는 전원주택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건설은 성남시 시흥동에서 분양 중인 16억원짜리 전원주택 두 채가 최근 한꺼번에 팔려 나갔다고 전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