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나고 부동산 거래가 재개된 지난 15일. '9·5대책'의 영향을 취재하기 위해 강남권 시장을 돌아보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에서 2∼3명의 주부가 나누는 얘기를 듣게 됐다. "이제 재건축은 힘들게 됐으니 리모델링을 해야되지 않겠어요." "리모델링이 오히려 좋을 수도 있어요.재건축을 하면 향(向)이 틀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에요." "압구정동 구현대5차가 리모델링을 하는데 35평짜리가 50평형대로 바뀐대요.지금 우리 동네가 평당 2천5백만원 정도 하니까 15평 늘어나면 차익이 얼마야…." 9·5대책 이후 강남권 수요자를 중심으로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재건축이 안될 경우 차선책'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최근들어서는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집주인들이 부쩍 늘었다. 지금 살고있는 곳보다 더 좁은 집으로 이사를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재건축에 집착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프라이빗 뱅킹(PB) 업계에서도 감지된다. 지난 15일 2명의 고객을 상담했다는 한 PB는 "'재건축을 못하면 고쳐쓰면 되지'라고 말하는 고객이 있었다"고 전했다. 리모델링에 대한 선호도는 '굴리는' 금액이 많은 큰 손일수록 높은 편이다. 그런데 그 심리를 한꺼풀 벗겨보면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재건축을 하면 지금 사는 곳의 주거환경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들이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다. 예컨대 한강조망 프리미엄으로 높은 매매값을 형성하고 있는 용산구 동부이촌동 H아파트의 경우 재건축을 하게되면 현재의 정남향 위치가 동·남향 등으로 틀어지게 된다. 자산가치 상승에는 별 관심이 없을 정도로 부(富)가 축적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한강을 시원하게 바라볼 수 있는 조망권 유지에 더 관심이 많다. '우리 대(代)에서 재건축을 해버리면 자식들은 자산가치 상승의 기회를 잃어버린다'는 심리가 강한 것도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우리는 고쳐쓰고 새 아파트는 자식들에게 선물하자"는 논리인데,상속 및 증여의 수단으로 부동산을 선호하는 한국의 부자들 사이에서 흔히 발견되는 사고방식이어서 흥미롭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