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행원들의 부동산 재테크 학습 열기는 유별나다 싶을 정도다. 금융자산 10억원이상의 고객을 상대하는 프라이빗 뱅커(PB)는 물론 일선 지점에서 VIP 고객을 상대하는 행원들까지 층(層)도 다양하다. 이같은 분위기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관련 서적을 독파하는가 하면 대학원에서 부동산 관련 강좌를 수강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은행들도 부동산 공부를 장려하고 있다. 올 초부터 VIP 고객을 상대하는 일선 행원들을 대상으로 'PB스쿨'이라는 이름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교육과정에 '부동산재테크' 과목을 포함시켰다. 우리은행은 대학원 부동산 관련 학과에서 평균 B학점 이상을 받은 행원들에게 학비 전액을 지원해 주고 있다. 이밖에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국민은행 등도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유명 부동산 전문가는 물론이고 경쟁은행의 부동산 관련 PB팀 직원을 초빙해가면서까지 자사 PB들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은행원들 사이에 이처럼 부동산 공부 열기가 뜨거운 것은 금융권 구조조정의 여파로 은행원들의 신분이 극히 불안정해진 데다 최근 몇년새 부동산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시장에 대한 적절한 판단이 수익성 향상의 필수요건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 특히 PB고객 입장에서는 금융계의 이같은 추세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측면도 있다. 뒤집어 생각하면 고객들이 지금껏 믿고 의지해 왔던 PB들의 부동산 관련 지식이 '별것 아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최근들어 고객들에게 '자산중 부동산 비율을 낮추라'는 1급 PB들의 조언을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이같은 조언을 하고 있는 PB들은 "국내 부동산 시장은 현재 꼭지에 다다랐으며 조만간 하향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현장의 움직임보다는 '숫자 놀음'에 더 익숙한 PB들의 성향이 반영된 주문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하는 전문가도 일부 있는게 사실이다. 결국 '날고 기는' PB라고 하더라도 투자자 자신의 성실함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부동산투자의 성공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