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영 < 부동산114 대표 > 버블경제의 붕괴 이후 일본부동산 시장은 지속적인 가격하락과 이에 따른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도쿄지역의 경우 현재 주택지 가격은 버블 경기가 정점이었던 90년대 초와 비교하면 30% 수준에 불과하고 상업지는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기업 및 개인파산 증가, 금융회사의 부실화, 내수 위축, 경기침체 심화라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수요공급측면에서 보더라도 현재 일본의 총 가구수는 4천4백만가구이지만 주택 총수는 5천만호를 넘어 공급과잉이 되고 있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고 가격이 상승하면 매각하는 방식의 부동산 투자는 당연히 사라졌다. 이에 따라 이제 일본인들은 소유가 아니라 이용의 개념으로 부동산을 구입한다. 즉 주택을 구입하더라도 주거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구매력이 약한 젊은 층의 경우 매입보다도 임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처럼 주택공급이 전체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택지공급, 기존 주택거래의 위축 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일부 신축맨션을 제외하고 기존주택에 대한 구매수요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이제 중고주택유통촉진책이 제시될 지경에 이르렀다. 중고주택 성능평가제도, 맨션의 유지관리에 관한 이력정보 등록제도, 리폼(리모델링) 시장 활성화를 위한 인터넷 활용 등이 그 내용이다. 이렇게 되자 버블 붕괴 후 일본 중개시장은 매매가 아니라 임대중개와 관리업이 새로운 주력사업이 되고 있다. 이들 사업은 재고자산을 이용한 비즈니스로서 안정적이면서도 경제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사업은 더욱 발전해 임대보증업의 형태까지 나아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시장도 버블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버블 붕괴 후 일본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볼 때 1∼2년간의 호황에 심취되어 단기적 투자나 이익에 집중되어서는 곤란하다. '소유에서 이용으로'라는 부동산시장의 장기적 흐름을 놓치지 않고 미래를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