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만 해도 잡힐 듯하던 부동산 시장의 불안양상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정부도 이에 맞서 관련부처가 총동원돼 투기억제책을 앞다퉈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시장은 여전히 뜨거운 모습이다.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면 비투기과열지구가 들끓는가 하면, 분양권 전매제한을 강화하기로 하자 대상에서 제외되는 주상복합이 들썩이고, 기존 아파트값마저 들먹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4백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부동(浮動)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머물러 있는 한 서민들과 정부가 바라고 원하는 안정기조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 지표는 안정 =지표만 놓고 볼 때 최근 부동산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정된 모습이다. 작년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국민은행의 '도시주택가격 동향조사' 결과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지난해의 경우 4월까지 매매가 16.1%, 전셋값이 13.2% 뛰었지만 올들어서는 매매는 2.7%, 전세는 1.11% 오르는데 그쳤다.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도 지난해 14.9%(매매), 11.9%(전세)에서 올해는 0.01%, 1.18%에 머무르고 있다. ◆ 바닥은 꿈틀 =하지만 지표와 달리 바닥권은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주춤했던 서울 강남ㆍ강동권 재건축시장이 3월 들어 저밀도지구와 저층 단지들의 안전진단 통과 등 재료에 힘입어 들썩거리며 광명 등 수도권 재건축단지까지 급속히 확산됐다. 신규분양이나 분양권 시장도 수도권 남부지역이나 입주임박 아파트가 오름세를 타고 있다. 주상복합 아파트도 공급과잉 우려에도 아랑곳 않고 연일 청약인파가 몰리고 있다. 주상복합 아파트도 공급과잉 우려에도 아랑곳 않고 연일 청약인파가 몰리면서 서울 마포에서 분양된 삼성트라팰리스에는 2만6천여명이 신청하는 등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 약발없는 안정대책 =올들어 부동산시장 안정과 투기 억제를 위해 다양한 정부대책이 잇따르고 있다. 수도권 신도시 건설계획(공급확대), 투기지역ㆍ투기과열지구ㆍ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확대(수요관리),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권 전매금지 및 부동산 과표 현실화(투기억제) 등 나올 만한 대책은 거의 다 내놓았다. 그런데도 들끓는 시장열기는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 내부요인보다 외적요인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와 주식시장 침체 등으로 4백조원에 이르는 부동자금이 부동산에 집중되면서 투기세력이 시장을 휘젓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발표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정부가 특정지역이나 상품을 겨냥한 안정대책을 내놓으면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쪽으로 투기성 자금이 옮아가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계속되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는 "한여름(부동자금 4백조원)에 난로(금리인하)까지 켜놓고 아이스크림(부동산안정대책)을 먹는다고 더위(시장열기)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 수요자 어찌하오리까 =부동산에 몰려 있는 부동자금이 분산되지 않는 한 시장불안은 가시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한번 오르면 좀처럼 내리지 않는 부동산값의 하방 경직성을 감안하면 당분간 값이 떨어질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세입자 등 내집 마련을 준비하는 실수요자라면 굳이 시기를 늦출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책임연구원은 "이사수요 등 거주목적이나 신규분양 수요자라면 입지여건이나 자금력 등을 고려해 지금이라도 집을 사는게 유리하다"며 "하지만 기대이익이 지나치게 반영된 곳을 사전매입하거나 무리한 차입은 피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초보 투자자의 경우 역세권이나 잠재적인 개발재료를 갖고 있는 지역 또는 상품을 고를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부동산뿐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