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민사14부는 지난 2일 아파트 베란다 전면에 들어선 콘크리트 건축물 때문에 햇빛량이 줄어든 봉천동 재개발아파트의 일부 입주민에게 일조권 침해를 인정,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 당산동 A아파트 주민들은 인근에서 재건축되는 B아파트가 완공되면 일조권을 침해할 것으로 판단,햇빛량이 줄어드는 피해에 따른 민사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서울 미아동 단독주택 밀집지역에는 단독주택을 헐고 4층 높이의 다세대주택 한 동이 지어졌다.


다세대주택 인근 주민들도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소송절차를 준비 중이다.


도심 건물이 고층화되면서 이처럼 일조권 분쟁이 늘어나는 추세다.


일조권이란 태양광선을 차단당해 받는 불이익을 제거시킬 수 있는 권리다.


문제는 일반인들이 일조권 침해범위와 예상피해액을 계산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감정원 부동산컨설팅사업단은 일조권 피해에 따른 부동산 가치하락 금액을 계산해주는 용역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이다.


지난 95년 이후 50여건의 일조권 분쟁관련 업무를 처리했으며 법원에서는 사업단의 피해금액 산정을 기초자료로 채택하고 있다.


사업단은 일조권 침해가 예상되면 다음과 같은 절차를 밟으라고 조언한다.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건물 시공주체와 피해당사자가 일조권 침해문제를 놓고 합의를 보지 못했을 경우 밟을 수 있는 절차다.


일조권 피해범위를 법원에 입증하고 공사 중지를 요청하는 단계다.


대학 연구소나 민간회사에 의뢰하면 해당 공사의 설계도를 토대로 일조권 피해여부에 대한 의견을 받을 수 있다.


법원이 입증자료를 근거로 일조권 피해가 없는 범위에서 공사를 진행하라고 판결했다 하더러도 시공주체는 공사중단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탁금을 걸고 공사를 계속하는 게 일반적이다.


◆손해배상 청구=일조권 침해에 따른 피해금액이 얼마인지를 입증해야 한다.


한국감정원 부동산컨설팅사업단에 피해금액 계산을 의뢰해 볼만한 단계다.


대학 연구소나 민간회사에서 작성한 일조권 침해 시뮬레이션를 바탕으로 피해액을 산정한다.


피해금액을 계산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시뮬레이션 자료가 있으면 3∼4주,자료가 없으면 5∼7주다.


사업단의 의견이 법원에 1백%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최종 판단은 법원에 달려 있다.


◆유의할 점=일조권과 관련된 분쟁이 자주 일어나는 경우는 크게 네 가지다.


사업단에 따르면 △고가도로나 고가철로가 설치될 때 △고층아파트가 들어설 때 △아파트 동(棟)과 동 사이의 간격이 좁을 때 △아파트 단지 내 옹벽이나 지하주차장 돌출벽이 세워질 때 시공주체와 이웃건물 주민 간 분쟁이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민사상 손해배상 결과를 얻기까지 2∼3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사업단의 손해산정 수수료는 비싼 편이어서 의뢰할 때 신중해야 한다.


사업단 정경생 단장은 "일조권 침해뿐만 아니라 조망권 침해 및 소음에 따른 부동산 가치하락 가격을 일부 산정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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