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주변시세보다 아파트 분양가가 더 낮은 곳을 찾기 힘들게 됐다. 시세보다 높은 분양가가 일반화되면서 내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에게 큰부담을 안겨주고 있지만 정부당국은 이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어 서민들의 어려움만 가중시키고 있다. ◆ 분양가, 기존 시세 넘어섰다 = 10일 업계와 부동산뱅크, 닥터아파트 등에 따르면 올들어 서울 동시분양에서 아파트가 공급된 9개구중 신규분양 아파트 가격이해당구 평균 매매가를 웃도는 구가 5곳에 이르렀다. 관악구의 경우 평균 매매가가 평당 753만원이지만 올들어 분양된 아파트 가격은평당 919만원에 이르고 있으며 성북구도 신규 분양가(802만원)와 기존 매매가(698만원)의 가격차가 100만원을 넘어섰다. 주변 시세와 비교해도 올들어 동시분양에 나온 11개 단지중 분양가가 주변 신규아파트 및 분양권 가격과 높거나 엇비슷한 단지가 9개에 이를 정도. 성내동 하나빌리지 25평형의 분양가는 2억3천만원이지만 같은 평형대 주변 시세는 2억원 안팎에 불과하며 방배동 동양파라곤도 주변에서 가장 비싼 가격인 평당 1천600만-1천650만원에 분양됐다. 수도권과 지방도 사정은 마찬가지. 안양시는 지난해 평당 556만원이었던 평균 분양가가 올해는 644만원으로 상승,기존 아파트의 매매가(624만원)를 뛰어넘었고 화성과 부천의 분양가도 기존 시세보다 수십만원씩 비싼 형편이다. 부산지역은 올해 신규 분양된 아파트의 평균 가격이 평당 717만원에 달해 기존시세(381만원)의 2배에 가깝고 대구와 인천도 신규 분양가와 기존 시세의 차이가 평당 100만원 안팎에 이른다. 행정수도 이전이 호재가 되고 있는 대전에서는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노은지구에서 H사가 이 지역 분양권 시세(560만원)보다 높은 평당 580만-600만원의 아파트분양을 꾀하고 있다. ◆ 아파트, 투자가치가 사라진다 = 건설업계는 토지가격의 상승으로 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하며 주변의 낡은 아파트보다 새 아파트의 가격이 비싼 것은 당연하지않느냐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분양가 상승이 토지가격의 오름세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이뤄져 주변의 신규 아파트 가격을 웃돌게 된 것은 분양수익 극대화를 노린 건설업계의 지나친 욕심이라는 지적이 많다. `떳다방'으로 불리는 이동식 중개업소들이 몰려들어 청약경쟁을 부채질하면 실수요자들까지 덩달아 뛰어드는 국내 분양시장의 생리를 이용,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팔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들어 높은 분양가에 공급된 아파트들이 초기에는 떳다방들의 농간으로 프리미엄이 급등했다가 이들이 실수요자들에게 물건을 넘기면 프리미엄이 급락,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청약당시 높은 경쟁률을 자랑했던 인천 송도신도시 풍림아이원, 고양 가좌 대우드림월드 등은 초기에 프리미엄이 1천500만~2천만원씩 붙었다가 떴다방들이 빠진 지금은 프리미엄이 거의 사라진 상태. 현재 수도권에서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이고 있는 단지들 대부분이 이러한 수순을 밟을 것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정부, 제 역할 못한다 = 더구나 건설업체들의 이러한 행태를 막아야 할 건설교통부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최근 올해 분양가가 지난해보다 많이 올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건교부는 가구수별 가중치를 둬 분양가를 따질때 올해 동시분양 분양가는 지난해보다 낮다는 자료를 내며 건설업계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분양가는 낮지만 올들어 분양가구수가 많은 도봉구, 성북구 등이전체 분양가 산정에 포함됐기 때문이며 실제 분양가는 지난해보다 훨씬 높아진 것이사실이다. 올해 동시분양에서 아파트가 공급된 서울시내 9개구 중 분양가가 지난해보다 내려간 곳은 동작구 한곳뿐이며 서초구(평당 1천314만원→1천505만원), 관악구(786만원→920만원), 강서구(741만원→878만원) 등 나머지 8개구는 전부 분양가가 급등했다. 결국 실수요자 보호에 최우선 정책목표를 둬야 할 정부가 업계의 입장만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분양가 인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저금리와 주식시장의 침체로 갈 곳을 찾지 못하는 투자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리자 건설업계가 이를 이용, 분양가 인상에 급급하고 있다"며 "이를 방치하는 정부당국의 뒷짐 행정도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ssah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