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관 인사(人事)가 마무리된 지난 3일. 금융자산 1백억원 이상을 가진 고객을 주로 상대하는 하나은행 골드클럽의 임동하 부장은 "인사를 보니 올해는 부동산시장이 안정될 수밖에 없겠네요"라고 말했다. 새 정부의 장·차관 인사와 부동산시장이 도대체 무슨 상관일까. 임 부장은 이에 대해 "50대 대통령이 나오면서 장·차관도 젊어졌습니다.이른바 '4050'세대가 우리사회의 실질적인 리더그룹으로 떠오른 것이죠.이 얘기는 바꿔 말하면 평범한 샐러리맨들의 경우 40대에 접어드는 순간 언제든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월급쟁이들이 직장에서 '잘리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뭘까요.바로 부동산을 처분하는 일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요컨대 △50대 대통령의 등장으로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는 인구는 늘어날 테고 △부동산이 더 이상 '대박'을 보장해 주지 않는 요즘 같은 장(場)에서 이들이 현금확보를 위해 보유 중인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을 것이며 △매물이 늘어나면서 부동산값은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어쨌거나 올해는 이라크전쟁,북한핵 문제,내수경기 침체 등 3대 악재로 부동산시장이 크게 뜨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하지만 이같은 시장 상황이 '개미'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역발상'을 주문하는 전문가도 있다. 값싼 매물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게 근거다. 문제는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을 만큼 현금을 확보해 놓은 소액투자자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팀장은 "DJ정부 5년간 가계대출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저축을 통한 종잣돈 마련 방법이 평가절하됐었다"며 "둘이 합쳐 연 6천만원을 버는 신세대 부부들이 결혼 전에 쓴 카드빚을 갚느라 내집마련은 꿈도 못꾸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강남 논현동에서 영업 중인 한 은행PB도 "고객 중 상당수는 지난 10년간 주식투자 대신 저축과 적절한 부동산 굴리기를 통해 자산을 불려 온 사람들"이라며 "저축을 통한 종잣돈 마련은 여전히 유효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