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아파트의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분양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건설업체들이 수요 기반을 고려하지 않고 대형아파트를 쏟아내면서 용인에 이어 분당과 서울 강남에서도 대형아파트의 공급과잉 사태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분당, 대형평형 매물 넘친다 = 현재 대형평형의 공급과잉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지역은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들이 속속 입주하는 분당 정자지구. 올해 입주하는 6개 주상복합아파트, 총 3천433가구중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등록된 매물수는 1천32가구로 통상 20% 이내인 중복 매물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이달 입주하는 삼성로얄팰리스의 경우 624가구중 무려 319가구가 매물로 나와있다. 부동산뱅크 조사에서도 이 지역의 주상복합 매물수는 지난해 11월 223가구, 12월 448가구, 지난달 882가구로 급증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삼성로얄팰리스 인근의 팔래스공인 관계자는 "입주를 앞두고 매물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가 약하고 거래도 뜸해 매물 소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분당에서 입주하는 주상복합아파트중 50평형 이상의 대형평형가구가 전체의 81%에 달하는 기형적인 평형 배분이 이같은 '매물 포화상태'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대형평형이 집중적으로 분양됐다가 교통난 악화와 과다한 중도금 부담으로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잇따르자 '아파트값 할인 판매'가 성행하고 있는 용인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 ◆ 강남도 공급과잉 우려 높다 = 서울지역 아파트의 최근 5주간 평형별 매물 증가 추이를 분석한 스피드뱅크 자료에 따르면 50평형 이상 대형아파트의 매물 증가율은 11.5%에 달하고 있다. 50평형 이하 평형대들이 전부 8%대의 매물 증가율을 보인 것과 대조를 이루는 수치로 50평형 이상 아파트가 강남에 집중된 점을 감안하면 강남지역의 대형평형도 수급불균형이 심각하지 않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오는 2005년까지 대형평형 중심인 주상복합아파트들이 강남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은 수급불균형을 더욱 악화시킬 전망이다. 이달 입주하는 813가구짜리 타워팰리스 2차는 50평형 이상이 80%를 차지하며 내년 입주하는 타워팰리스 3차(609가구)는 96%, 2005년 입주하는 잠실 갤러리아팰리스(720가구)는 86%가 50평형 이상이다. 서초동 현대슈퍼빌(645가구)과 잠실 롯데캐슬골드(400가구)는 아예 50평형 이하가 한 채도 없다. 지난해말 분양한 서초동 트라팰리스의 초기계약률이 극히 저조했고 최근 타워팰리스의 전세가격이 평형대별로 수천만원씩 폭락하는 것은 대형평형에 대한 수요기반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닥터아파트의 곽창석 이사는 "평당 분양가가 높은 대형평형을 분양하려는 건설업계의 욕심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시장 전망을 좀더 신중히 하고 소비자들의 실수요에 맞추려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ssahn@yonhapnews.co.kr